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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Sep 30. 2015

꿈은 왜 꿈일까

안젤리나 졸리, 아니툼레이더 라라 크로포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내가 가장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총을 아무렇게나 쏴도 명중 시키며 비행기, 자동차, 오토바이, 낙하산까지 못하는 게 없는 그녀, 아주 작은 힌트의 조각으로 큰 그림까지 맞추던 그녀. 그녀는 내 동경의 대상이었고 나는 툼레이더, 툼레이더2까지 스무번을 넘게 봤노라고 자신한다.


툼레이더2의 촬영 장소가 케냐에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나는 그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헬스게이트. 죽음의문. 그 곳의 이름이 왜 헬스게이트인지 궁금해졌던 나는 출발하기 전 가이드, 그러니까 제임스에게 물었고, 악마가 여기에 침실을 만들어 놓아 헬스게이트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가보면 알게 될 거라며 웃었다. 


차로 가도 되지만 나는 내가 정말 안젤리나 졸리가 된 것처럼 가보고 싶었다. 오토바이를 못 타는 내가 고른 교통수단은 바로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울퉁불퉁한 흙 길을 차와 함께 달렸다. 심지어 자전거도 제대로 못 타는 나는 어찌나 무서웠던지. 창피하기 싫어서 애써 괜찮아 하기는 했지만 영 속도가 나지 않는건 어쩔 수 없었다.


드디어 헬스게이트로 들어가는 길. 길은 엄청 험했다. 바지를 다 버려야 했고 점프도 해야 했으며 작은 암벽을 등반하는 것처럼 엉금거리기도 해야 했다. 들어가면 갈수록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가장 영화와 닮은 장소에서 나는 잠시 우뚝 멈춰 섰다. 


슬퍼졌다. 나는 라라 크로포트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저 한 때 내가 간절하게 꿨던 말도 안되는 꿈일 뿐인거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왜 꿈은 꿈인 걸까. 왜 꿈은 꿈과 같은 단어인 건지 나는 한없이 슬퍼졌다. 

꼭 이룰 수 없는 걸 이야기 하는 것처럼, 마치 한 밤중에 잠시 꾸는 꿈처럼.  꿈인데 어떻게 이루어 질 수가 있다고 하는 건지, 왜 그런 헛된 희망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건지. 내가 이때까지 내 꿈은 치과의사야, 내 꿈은 피아니스트야 라고 얘기했던 모든 순간들, 그리고 그랬던 내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꿈은 그저 꿈일뿐이었기 때문일까. 


헬스게이트에 머문 몇 시간, 비록 몸은 라라 크로포트처럼 날렵하고 뭐든지 스스로 척척 해내진 못했지만, 어김없이 난코스가 오면 제임스의 도움을 꼭 받아야 했지만, 마음만은 나는 지금 툼레이더고, 위험에 처한 상황을 물리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세계를 구하러 가는 것처럼.


투어를 다 마치고 난 뒤 나는 제임스에게 말했다.

"왜 헬스게이트인지 알 것 같아. 정말 지옥으로 가는 것처럼 길이 좁고 험해."

제임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거봐, 내가 가보면안다고 했지?"

그는 혼자 간 나를 위해 내 독사진들을 수도 없이 찍어줬다. 

그가 찍는 내 사진은 실물보다 훨씬 나아 보였고 나는 그에게 너 정말 사진 잘 찍는다고 칭찬을 했었다. 

그때 그는 그랬다.

"나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돈을 모으면 좋은 카메라를 사서 언젠가 내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줄거야."

나는 바랬다. 제임스의 꿈은 꼭 이루어지기를. 그저 꿈으로 남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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