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지 기자
약 10개월 전인 지난해 방영한 모 예능프로그램인 ‘라O꼰O 시즌3’에서 ‘청주’ 언급이 있었다. 180여 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청주는 진짜 재미없는데...”라는 언급이었다.
내용은 즉슨, 대전을 방문한 유튜버와 그의 친구는 “(대전)교육과 과학의 도시인데, 너무 노잼으로 유명하다”라고 언급, “바로 옆 청주도 가만히 있다”라며 함께 싸잡아 노잼으로 분류했다.
인터넷 포털 검색에서 청주를 검색하면, 여러 수식어가 나온다. 청주는 ‘기록 문화도시’이고, ‘기업 하기 좋은 도시’이며, ‘교육도시’이기도 하고, ‘녹색도시’이기도 하는 등 복잡하지만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도시브랜드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핫한 수식어는 ‘노잼, 꿀잼 도시’라는 말이지 않나 싶다.
전국 각 지역을 소개하는 또 다른 유튜버는 “청주는 ‘무색무취’의 도시답다”라고도 언급했다. 좋게 말해서 때 묻지 않은 지역이지만, 덩달아 아무것도 볼거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청주는 왜 ‘노잼 도시’라는 말이 나올까.
추측으로, 민선 8기 접어든 이범석 청주시장이 ‘꿀잼 도시 청주’를 공약 카드로 꺼내 들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꿀잼’을 강조하다 보니 막상 청주에 오면 ‘노잼’이다. 인근 대전만 해도 ‘노잼’으로 불리고 있는데, 대전보다 문화공간이 적은 청주는 어떠하랴.
이범석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주시의 불명예스러운 ‘노잼 도시’란 타이틀을 지우기 위해 다양한 ‘꿀잼 축제’를 선보였다”면서 자신이 먼저 ‘노잼 도시’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러면서 ▲푸드트럭 축제 ▲도시농업 페스티벌 ▲원도심 골목길 축제 ▲피크닉 콘서트 ▲동부창고 페스타 등 축제를 성공적인 결과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 축제가 ‘꿀잼 도시’의 밑바탕인가.
축제만 있으면, ‘꿀잼 도시’인가.
축제 없는 도시는 ‘노잼 도시’인가.
다양한 추론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청주에 사는 이들마저 “청주는 다양한 인프라를 조성하려 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도 하고, “주위에서 청주에서 할 게 있냐 하면, 추천할 게 그다지 없다”고도 한다.
또, 대전에 성O당, 온천 등을 이야기하고, 강릉에 바닷가, 횟집, 커피거리, 대게 등 모두 특색있는 반면, 청주는 뭔가 관광지로 소개하거나 유명한 게 없다는 의견이다.
“청주는 솔직히 타지에서 누가 온다고 하면, 추천해줄 만한 곳이 없다”는 반응과 “청주가 교통이 좋다고는 하지만 청주동물원, 청주랜드, 청주박물관 등에 가려 하면, 버스가 30분에 한 데 있다는 게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오래전부터 이야기하지만 고쳐진 것도 없는 듯”한 반응들.
시민이 지적한 팩트다.
“도시의 축제가 많다면, ‘꿀잼’이지”... 라는 말도 있지만, 민선 8기 이전에는 축제가 없었는지도 따져 본다.
언급한 축제들은 민선 7기 때도 존재하던 축제다. 새삼스럽게 민선 8기 들어서 생겨난 축제가 아니다.
새로 추진한 ‘푸드트럭 축제’가 인기리에 큰 Hit를 쳤다고 해서 ‘꿀잼도시 탄생’이라는 헛웃음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청주시의 축제는 때마다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청주를 여전히 ‘노잼 도시’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인식이 부각한 데는 단연, ‘꿀잼 도시’를 어필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청주에 사는 이들이나, 출향인마저도 같은 생각이기에 그 인식 뿌리는 더욱 깊어진다.
그렇다면, 청주에는 무엇이 있나.
분명 청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글로벌 행사인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랜드마크 ‘문화제조창C’, 청주의 자랑 ‘직지고인쇄박물관’, 청주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상당산성’, ‘청주야행’, ‘청주예술제’, ‘충북연극제’, ‘세종대왕 초정약수축제’ 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노잼 도시’라는 수식어가 앞선다.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어서 문제다.
종합하자면 청주를 사랑하지만, 청주는 재미없다. 그게 필자가 살면서 느껴온 청주의 아쉬운 부분일까. ‘무색무취’하다에 무게를 둔다.
‘꿀잼’을 강조하니, ‘노잼’이 오히려 부각하는 꼴이다. 어느 시기에 누구나 상관없이 언제나 방문하고 싶은 도시브랜브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군산하면 ‘근대화거리’가 떠오르고, 목포하면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아른거린다. 강릉이나 파주, 단양 같은 지역만 생각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분명히 있다.
민선 8기 1년이 지났고, 앞으로 3년 남았다. 숙원사업이던 청주신청사 건립도 시작한다.
식상하기만 하고, 기존 것을 재가공해 의미를 부여하는 ‘꿀잼 도시’를 강조하기보다, 무척이나 진취적인 행보를 해야한다는 데 기대감을 품어본다.
더퍼블릭 / 오홍지 ohhj238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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