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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명인 오기자 Mar 27. 2019

의자

[사진 한 장의 감성]


가을 산을 올랐다. 벌거숭이 산이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베고, 새로이 다시 나무를 심었다. 왜냐면 나보다 작은 크기의 나무들이 빼곡히 이 산을 가득메우고 있어서다. 그리고는 그것을 지나 좀 더 올랐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닌 곳. 짐승의 길로 올랐다. 어디가 정상인지 모를, 짐승만 알 것 같은 이 숲에 나무로 된 공용의자가 보였다. 그곳에 있었다. 평소 같으면 티끌 정도의 신경도 안쓰이던 이 의자들을 보면서 지금, 내 몸과 마음, 나라는 한 객체의 존재를 이 의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세상과 단절된 이 곳에서는 도무지 보기힘든 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 있다. 주변을 둘러봤다. 공원으로서의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곳은 그저 세상과 단절된 곳일 뿐, 그 어떤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의미 없는 곳. 단절된 세상. 짐승의 길. 하지만 세상에 필요한 나무의자가 이렇게 외롭게 또 처량하게 가을 낙엽에 파묻혀 가고있다. 왜 이곳에 있을까. 나는 사색했다. 그리고 이끌어낸 것은 나의 생각과 반대의 개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결론이다. 내게는 이곳에 필요없는 의자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곳에 꼭 존재해야만 하는 그런 개념. 사색하니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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