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부탁하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를 혼자 버린 날
우리집에서 궂은 일은 보통 남편이 맡아 한다. 분리수거하기, 건조기필터 비우기, 욕실청소, 그리고 대망의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나는 왜인지 다른 집안일 다 하는 거 상관없는데 음식물쓰레기만 못 버리겠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음식물쓰레기만은 제발 버려달라고 부탁해서 집안일 잘(?) 분배되었다. 그래도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늘 남편에게 고마움이 한 가득이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아무리 버리러 가는게 싫어도, 부엌 싱크대에 온종일 음식물쓰레기가 있어서 냄새가 실제로 안나도 나는 것 같은 불쾌함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어제, 주말에 한번 비웠음에도 음식물쓰레리가 한-봉지 나왔다. 혼자 가볍게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닌가. 안되겠다. 오늘은 내가 다녀와야겠다. 아직 남편도 퇴근하기 전이고, 남편 오자마자 음식물쓰레기 버려달라고 하는 것만큼 미안한게 또 있나.
KF94 마스크와 일회용 비닐장갑으로 무장한채, 집 현관문을 나섰다. 미리 잡아놓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B1 층으로 내려간다. 혹시 가는 길에 퇴근한 남편을 만나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사실은 남편이 대신 가주길 바랐던 건 아닌지..? 풉). 다행히 만나진 않았다. 분리수거장으로 빠른걸음으로 향한다. 분리수거장 들어가기 전, 숨을 크게 들어마시고 숨을 참는다. 얼른 분리수거카드를 찍고 쓰레기를 버리고 비닐봉지까지 클리어!!!! 얼른 분리수거장을 빠져나오며 숨을 몰아쉰다.
드디어 오늘 나 혼자 음식물쓰레기를 버렸다! 어른이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