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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혼 Feb 23. 2020

<이른 나이에 이른 ‘기레기’> Shady

목표는 멀게 잡자. 당장 한다 해도 이뤄질 수 있는 건 없다.

2015년 1월 25일, 경찰청 ‘마와리’를 돌며 제대로 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국증권신문>은 큰 언론사가 아닌 주간지 마이너였기 때문에 기자들도 많지 않았다. 그만큼 각 기자들이 맡은 사건과 취재를 해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6개월의 수습기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아침 6시에 출근 후 형사들을 만나면서 특종 또는 단독을 쓸 만한 것들이 있는지 여러 사건에 대한 내막을 듣고 노트에 필기를 시작한다. 아침을 굶고 물과 커피 및 담배로 졸음을 버티며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고 오후 6시 마감을 끝낸다. 사건을 더 취재하고 싶어 경찰 정보관들과의 술자리를 버티고 다음날 기획을 짜고 정리를 마치면 오후 10시나 11시가 된다.     


집에 들어간 이후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다음날 출근을 대비하며 1시까지 버틴다. 경찰청까지 집에서 멀었기에 3시간만 자고 씻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에 6시까지 또 출근을 한다.      


말 그대로 나의 시간은 없었다. 직업의 특성상일 수도 있으나 나의 시간이 없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다. 단지 육체적 피곤함과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들이 지속되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해서 관리조차 하지 못했다.      


2015년 6월 말 수습이 끝나면서 사회부 사건팀 기자가 됐다. 검찰과 법원 등을 비출입기자 신분으로 마와리를 돌며 수습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 시작했다. 시간적으로 바쁜 것은 여전했다. 그러나 이미 기자라는 삶이 익숙해버린 나머지 건강이 나빠지는 것에 대해 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수습을 마치면 내가 할 수 있는 취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매체력’이 약하고 기자 수도 적었기 때문에 일을 더 분담하거나 한 사건에 대해 깊이 있는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탐사보도’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5년은 허성 세월을 보냈다고 나 자신을 평가하고 싶다. ‘노오력’ 하지도 않은 현재의 나에 만족해버린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는 비판이다.      


2016년 3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언론사에 소속이 되어있었으나 <한국증권신문>의 기사는 네이버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오마이뉴스에서 짤막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해서는 안 되는 행동도 많이 했다. 타 언론사 기자의 기사를 베끼는 행동을 했었다. 오마이뉴스로부터 경고 징계도 받았었다.


징계를 받고 난 이후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후부턴 타 언론사의 기사를 베끼지 않게 됐다. 내가 왜 그런 ‘기레기’가 됐을까?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다른 ‘기레기’가 되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는 알 것 같다. 난 데스크의 ‘장난감’이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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