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기레기> Delusion

노상원의 과대망상

by 황혼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김건희 등이 비화폰을 쓴 건 이례적이자 전례가 없다. 특히 민간인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비화폰 사용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노상원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건네받아 비화폰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부터로 압축된다. 이 시기는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계획 및 추진되던 때다.


통상 대북 작전은 군 정보당국의 사전 조사 이후에 진행된다. 국방정보본부 산하 777과 정보사의 첩보를 활용해 작전을 짜고 실행하는 게 원칙이다. 사실 대북 작전은 비밀리에 진행된다. 특히 드론사는 정보사와 다르게 '대북 작전' 권한이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상식적 도발 행위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적 행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합참의장을 패싱하면서 까지 실행했으면 안 된다. 좌우지간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행위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대북 작전은 구조상 정보사와 777, 국방정보본부와 사전에 논의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군 정보당국이 해당 작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노상원과 김용현이 평양 작전을 비선으로 지휘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특검도 관련 진술과 해당 시기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김용현이 비화폰으로 여러 차례 통화한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다만 특검이 그간 정조준해 온 외환 혐의의 뚜렷한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기록을 보면 김용현은 윤석열에게 미국의 정권이 바뀐 이후(트럼프 정부)에 계엄 선포를 논의하자고 했다고 한다. 2025년 1월~2월 사이에 계엄을 선포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로 앞당겼다. 무엇이 트리거가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석열의 술주정 때문인지 명태균의 폭로 때문인지 무속인이 그날이 적기라고 했다는 등 여러 추측만 난무한다.


여기서 안타깝지만 수상한 게 하나 있다. 노상원 딸 사건이다. 시신이 비상계엄 선포 보름 전 발견됐는데 2주가 지나서야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옆집에 어머니가 살고 있었음에도 2주가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취재해 보니 국과수는 자연사라고 판단했다. 외상의 흔적이 없다는 결론이다.

제목 없음.png 자신의 재판에 출석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방배동에 위치한 모 장례식장에 참석했던 정보사 부사관들의 말을 들어보니 노상원의 멘탈이 나갔다고 한다. "내 딸을 북한 간첩이 죽인 것 같다"는 헛소리를 여러 번 남발할 정도였다고 하니 충격이 꽤나 컸던 모양이다. 발인을 마친 노상원은 이후부터 국방부 장관 공관을 꾸준히 방문한다. 정보사 관계자들은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하루빨리 계엄을 선포해 북한 간첩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다.


당시 노상원과 통화했던 한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은 "마음 좀 추스리고 진정하라고 했지만 얘길 다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고 했다.


노상원의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내가 딸이 죽었는데 어떻게 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계획했겠냐"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노상원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군 수뇌부와 연달아 연락을 취한다. 언제 어디서 모이고 어떤 물건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이들의 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힘든 것투성이다.


"망치로 선관위 직원들 머리를 깨라." "선관위 직원들이 반격할 수 있으니 야구 배트로 반쯤 조져놔라." "반발하는 인원은 간첩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신원을 확인하지 않아도 좋다. 간첩은 무조건 패야 한다."


내가 올해 인터뷰 했던 정보사 HID 요원들에게 들은 내용이다. 노상원은 위와 같은 지시를 말선생(정보사 J 대령)을 비롯해 판교에 모였던 인원들에게 언급했다고 한다.


J 대령은 노상원의 해당 지시들을 거부했다. 그는 HID 요원들을 비롯해 정보사 간부들에게 "절대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물리적 충돌이 생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보사에도 국회로 갔던 군인들처럼 '소극적 대응'을 했던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이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는지 드러나선 안 된다. 정보사에 소속된 인원들은 존재 자체가 기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죄책감에 시달려 정신병원을 오가고 전역을 신청한다. 어떤 이는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금까지도 눈물을 흘린다. 노상원이라는 한 인간으로 인해 국가를 위해 수년... 아니 수십 년간 몸을 바쳐 온 세월이 헛수고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그는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과대망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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