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취재 그 후 2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말부터다. 부사관과 영관급 장교, 장성 등 모두와 접촉했다. 이들이 가장 좋지 않게 평가한 인사는 한 명이다. 내란 비선실세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다. 이젠 많이 알려진 이름이다.
노상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군사관리관, 정보사령관, 777사령관, 육군정보학교장 등을 역임했다. 정보병과 출신치고 항시 권력의 옆에 있었다. 육군정보학교장 재임 중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해 실형을 선고받고 군에서 쫓겨난 이후에는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수시로 연락하며 군 산하 조직으로의 복귀를 노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다. 노상원은 인간정보(HUMINT·820) 출신이 아닌 단순 군사·전략정보(150)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그를 대북공작 전문가라고 하지만 820 출신 정보사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비판한다. 대북공작의 'ㄱ'도 모르는 인간이라는 평가다. 그저 국정원 방첩 부서서 파견 근무를 했을 뿐이다. 국정원 방첩 부서조차 공작과는 거리가 멀다. 대북공작은 오펜스 방첩은 디펜스로 임무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이런 노상원이 대북공작 전문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보사 관계자들은 노상원이 "007, 미션임파서블과 같은 영화를 많이 본다. 820들에게 무시를 당하니 첩보 영화를 통해 공작을 배운 것 같은데 거기서부터 말도 안 되는 임무 부여와 지시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노상원과 같이 근무했던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준장·현 제2군단 부군단장)은 지난 2월 국회 청문회서 "당시 중요한 대북 임무 준비를 6개월 정도 했는데 노 사령관이 임무가 끝난 요원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수거’란 용어가 특수부대서 쓰는 용어는 아니다. 노 전 사령관만의 용어 같다"고 증언했다.
박 준장은 “그 사람의 잔인한 면, 반인륜적인 면을 봤기 때문에 계엄 수첩에 적힌 용어들이 낯설지 않았다”며 “그 기억이 있어 만약 제가 (정보사)여단장으로 있었으면 노상원하고 뭘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보사와 같은 정보·방첩기관은 한반도의 대외적 안보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다. 정보사는 와해 상태다. 이른바 '블랙요원 기밀 유출 사건'으로 동남아, 중국, 유럽 등지를 담당하는 해외파트망이 박살 났다. 가뜩이나 망가진 조직을 내란에 가담케 했으니 노상원을 바라보는 정보사 관계자들의 시선이 좋을 리 만무하다. 특히 현재 정보사에는 대북공작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극소수다. 에이스로 알려진 인물들이 대부분 내란에 연루됐거나 억울하게 좌천됐다.
노상원은 내란에 정보사를 투입시키려 자신과 거리가 멀었던 인물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박 준장이 대표적이다. 박 준장은 지난해 5월 노상원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노상원은 박 준장에게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준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노상원은 그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비위 의혹들을 모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달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6월부터 박 준장과 친분이 있는 장성들에게 박 준장을 비판하고 다녔다. 공교롭게도 이후부터 박 준장의 행보가 꼬이기 시작했다.
박 준장은 지난해 초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대북 기획 공작 추진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박 준장이 관리하는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비밀 사무실(안가)을 정보사(정보병과) 출신으로 구성된 예비역 민간단체인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최소 월 1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 전 사령관이 뒤늦게 알게 된 게 시작이다. 문 전 사령관은 박 준장에게 “무단 사용이라는 법무실 검토가 있었으니 해당 단체를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안가는 실제 사용되지 않았다. 특히 국방부에도 보고가 됐던 플랜이었다.
약 5개월 후인 6월 7일 박 준장은 문 전 사령관에게 대면 보고를 하면서 “해당 단체는 기획 공작 업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공작 업무를 위해 영외 사무실에 여단 공작팀도 상주시켜야 한다. 못 뺀다”며 “다른 방법으로 승인을 받겠다. 이미 위에 보고했고 상부 지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2m 거리에 서 있던 박 준장에게 결재판을 던지면서 “보고를 안 받겠다. 나가라”고 했다.
박 준장은 “문 전 사령관이 보좌관 등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감시하고, 결재판을 던진 건 폭행에 해당한다”며 직권남용·폭행 등으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했다. 박 준장은 출퇴근 시간 및 특이사항까지 감시받기 시작했다. 사실상 사찰을 당한 셈이다.
박 준장이 야전으로 좌천되지 않았다면 정보사의 내란 가담을 막을 수 있었을까?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은 "박 장군 성격상 말도 안 되는 지시와 임무에 대해 항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항명과 모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대로 문 전 사령관은 무혐의 처분됐다. 노상원에게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군 윗선으로부터 보복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