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되는데요?
금리 변화의 영향에 대한 간단한 탐구
금리의 변화는 경제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물가, 실업률, 통화량, 환율, 수출과 수입 등 국가 경제에 전방위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동결, 하락을 그리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나 경제가 오랜 침체 끝에 겨우 회복세에 접어들어 금리가 인상의 흐름을 타는 경우 그 속도를 결정하는 데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 금리란 대부자금시장의 가격, 간단히 '돈의 가격(=이자율)'이라 이해하면 된다. 대부자금시장의 저축과 대출(투자)은 이자율의 영향을 받는데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당연히 돈의 가격이 오를수록 더 많은 이자를 받게 된다. 대출을 행하는 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가게도 돈을 빌려주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가게가 예금이나 적금을 드는 행위 역시 은행에 돈을 공급하는 행위라고 이해하면 된다.
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이론적 영향을 단순히 알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당신은 이자율이 1% 일 때와 5% 일 때 중 언제 저축을 더 많이 하겠는가? 그리고 대출은 언제 받겠는가? 금리가 인상되면 더 많은 이자를 받게 된다고 했으니 자금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행위(저축)는 증가하고, 빌리는 행위(투자)는 감소한다. 예·적금의 이자가 올랐으니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하며, 대출에 대한 이자가 증가했으니 은행에서 돈을 적게 빌리므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화폐보다 은행 어딘가에 쌓이는 화폐가 많아진다. 즉, 금리가 인상될수록 돈이 돌지 않아 경제의 총수요가 감소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갈수록 소비와 투자는 증가하고 총수요도 증가한다. 왠지 글이 읽기 싫어지게 만드는 문자식을 가져오고 싶진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거시경제학의 간단한 식을 하나만 가져오겠다. '국민소득계정 항등식'이라고 하는데 식보다 명칭이 더 긴 듯하다.
Y = C + I + G + NX
(국내총생산 = 소비 + 투자 + 정부지출 + 순수출)
당장 용어를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없으므로 국내총생산인 Y를 총수요라 보자. 이론적으로 총수요는 한 경제의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을 합한 것과 같다. 금리인상이 소비와 투자를 감소시킨다고 했으니 총수요는 감소한다. 총수요가 감소하게 되면 생산이 줄어들고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된다. 생산의 감소는 실업률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금리인상에 조심스러운 것이며, 굳이 금리를 인상시킬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경제에도 적용되어서 지나친 경기과열은 불황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대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곧 불황으로 이어지거나 더 심각한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정한 흐름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중앙은행들이 국제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서자 주기적으로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도 물가안정이며 반대로 물가 상승이 금리를 인상하라는 시그널이 되기도 한다. 금리인상으로 총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물가는 함께 낮아진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수요를 '재화와 용역을 일정 가격으로 사려는 욕구'라고 이해해보자. 사려는 욕구(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적으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반대로 금리 인하는 불황 시기에 경제의 성장세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을 때 시행된다. 불과 1~2년 전까지 각국의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웠던,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금액이 줄어드는, 불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마이너스 금리가 탄생한 배경은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총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불황 때문이었다. 금리를 최대한 낮추어 소비와 투자를 늘려 시장에 돈이 활발히 돌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오랫동안 그토록 금리가 낮았던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며, 근래에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제경제가 금융위기의 망령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연준)의 금리인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기축통화 달러 발행국인 미국의 금리는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한국경제 역시 연준의 금리정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간단히 설명해서, 금리가 오르면 저축이 증가한다고 했듯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미국 금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즉, 연준의 금리 인상 시 달러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상승하므로 경제주체들은 미국 자금시장으로 돈을 이동시킬 것이다.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될 위험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시 한국도 금리 상승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때 국내 경제가 불황이거나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이면 곤란한 상황이 된다. 우리는 여전히 총수요를 증가시키고, 실업률을 감소시켜야 할 상황인데 자본 유출에 대비하여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금리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다 보면 매파와 비둘기 파란 용어를 종종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매와 비둘기는 각각 급진적이고 강경한 성향과 온건한 성향을 대표한다. 경제에서는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상승 억제를 주장하는 급진파를 '매파적'이라 하고,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온건파를 '비둘기파적'인 성향이라 한다.
여기에 환율까지 넣어서 생각하려면 슬슬 골치가 아플 수도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 금리 인상 시 이론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한다.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된다는 것은 한국에 투자되었던 외화들이 빠져나가 달러에 투자될 것임을 의미하므로 원화의 수요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통화량이 감소(달러 소비와 대출-투자가 감소하므로)해서 달러 가치가 증가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쉽다. 반면 달러 금리 인하는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반대의 결과로 이어진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시장에 미국 달러가 많이 풀린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달러화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원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증가하여 원/달러 환율은 하락한다. 환율의 상승/하락을 화폐의 가치 절상/절하와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반대다. 예를 들어 환율의 상승으로 1달러에 천 원이던 가격이 1달러에 천 백원이 된다고 생각하면 환율이 상승한 것이고 원하의 가치는 절하된 것이다.
환율의 상승은 외화의 가치가 오른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국산품의 수출이 증가하고 반대로 수입은 감소한다. 그런데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다양해서, 미국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환율이 언제나 상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경제는 확실한 결과를 예상하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경제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뉜 의견 대립이 잦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화시켜서 정리를 해보자. 금리인상은 투자를 감소시키고 그 결과 총수요가 하락한다. 총수요가 하락하면 경기가 안정되어 인플레이션을 예방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총수요를 증가시켜 생산을 늘리고 고용이 증가하는 등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국내외 금리의 변화는 환율과 수출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론적으로 금리인상은 '원화 가치 절상-환율 하락-수출감소&수입증가'로 이어지고, 금리인하는 '원화 가치 절하-환율 상승-수출증가&수입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이 실제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훨씬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경제의 어느 부문에 먼저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가능해 보이지 않던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의 '블랙스완'이라는 용어도 있다. 그리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종류는 금리 이외에도 무궁무진하게 많기 때문에 현실은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금리를 올렸는데도 여전히 총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고, 미국 금리 인상이 자본 유출을 전혀 초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원화가치는 전혀 절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자율은 경제의 전분야에 걸쳐서 다뤄질 만큼 중요한 문제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가진 변수다. 본고에서는 다소 이론적으로, 특정 부분에 대한 금리의 영향만을 언급했지만 총수요와 물가 등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과 관련된 이슈들이 쏟아질 때 초점이 맞춰지는 문제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오늘도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물가가 목표치에 근접해 금리 인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말은 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경제가 회복세이자 실업이 감소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미로, 그동안 너무 낮았던 금리를 점차 정상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 글은 개인적인 공부 목적이기도 하지만, 여기까지 참을성 있게 읽은 독자가 있다면 부디 그런 경제면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글 속의 이론이 실제에 적용되는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