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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an 02. 2018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최저 임금인상과 대학로의 경제 생태>  (인상률이 결정된 2017년 7월에 작성하였음)


 지난 7월 16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결정되어 2018년부터 7530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극과 극의 의견 차이를 보이다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타협에 성공하였지만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이 결정된 만큼 계속해서 논란이 뜨겁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학교 3학년인 박 양(22세)은 학교 근처의 커피숍에서 정확히 최저임금과 같은 시간당 6470원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좋긴 하겠지만 물가가 같이 상승한다면 일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요.”

 

부산 대연동 번화가


 부산 대연동의 대학로는 세 개의 캠퍼스가 있는 번화가로 작은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또한, 거기에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과 박 양과 같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이 있다. 대학로는 일반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이는 유동인구가 많아 수요가 밀집된 곳이지만 대학생들이 주된 소비자층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렴한 학생 노동력이 풍부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적은 것도 낮은 물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대학로는 그야말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지대하게 미칠 만한 곳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대학로의 경제 생태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의 수를 줄이면서 시작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학생들의 고용을 줄이기 시작하면, 학생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이는 대학로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다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겨난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대학로의 수많은 소점포를 궁지로 몰아넣고, 학생들을 더욱 가난에 허덕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하는 바람직한 현상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비해서 이것이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던 학생들은 더 많이 벌게 되고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하며 대학로는 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호황을 누리게 된다. 또한 비정규직을 보유할 동기가 감소하므로 고용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자 자영업자들은 이미 사업을 포기하거나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시작된 대학로 시장의 위축은 국가 경제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물거품이 되고 전체 경기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고용구조개선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오히려 전체 고용인구 감소와 내수시장 위축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소득주도성장, 고용구조 개선, 산업구조조정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하는 이상은 높기만 하다. 그러나 높은 이상을 제시한다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기 전에 마련되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대립은 무의미하며 지금이라도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와 기업 등이 서로 이해하고 힘을 합쳐 공생의 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에 맞춰 지난해 7월, 이전보다 상당히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어느덧 2018년이 되어 7,580원의 최저임금을 적용할 시기가 왔지만 인상이 결정될 때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기쁜 사람도,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굉장히 많겠지만, 이 문제를 조금 단순화해서 수요공급곡선으로 가져가 보자. 이 경우 결국 임금인상이 총수요의 증가로 이어질지, 혹은 비용 인상으로 공급의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날 지의 문제가 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공급자의 입장에선 비용이 증가(공급의 감소)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선 소득이 증가(수요의 증가)하는 것으로 보면 아래 그림의 붉은 선과 파란 선으로 나타난다.


수요공급곡선

 소득주도성장을 말하며 기대하는 효과는 당연히 파란 D`선이다.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 총수요가 커지면 그에 맞추어 생산량이 증가하고 전체 경기가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D`가 아니라 빨간 S`선이 먼저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S`선은 기존의 공급 곡선(검은 S선)에 비해 물가가 더 높고 생산량도 더 적다. 생산비용이 올랐으니 더 적게 생산하고, 단가가 오른 만큼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이는 원자재 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데, 한마디로 성장을 위한 정책의 결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원자재 가격 인상과 같이 산업계 전체의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 위주로 적용될 것이므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나타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는 불황인데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측은 지나치게 비약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계속해서 오른다면 고용을 줄여 직접 일 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가격을 올려 손실을 메꿔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 고용이 줄어든다면 처음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사람의 생활은 나아지겠지만,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고용이 줄어 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져 아예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현 정부의 공약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구체적인 대책이 조금 더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특히나 현 상황에서 영세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만은 확실하다. 설령 최저 임금인상으로 사회의 총지출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영세업자들의 수익이 최저 임금 인상폭만큼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최저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정책이 시행되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만큼의 지원을 받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이 또한 국가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정부 지출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1920년 1월, 미국에서는 술의 생산을 금지하고 유통을 제한하는 금주령이 발효되었다. 이 법의 시행으로 당시 미국에서는 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밀주와 밀수 등의 위법 행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지나친 통제가 미국 시민의 준법정신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부작용으로 임금체불이나 그 이하의 임금을 지불하는 위법이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의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최저 임금 1만 원 시대가 급격하게 다가온다면 분명 노동시장은 초과 공급될 것인데, 일하려는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용주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나서서 1만 원 이하의 임금을 조건으로 내걸 수도 있다. 법을 지키는 정신의 훼손은 어떤 시나리오보다 더 나쁜 것 일이 될 것이기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속도와 방향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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