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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un 23. 2018

수많은 이야기, 다양한 생각들

수다 이야기 #1

 2018년 3월, 부산 대연동의 자주 가는 카페에서 한 친구와 만났다.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만들어 내고 싶었던 두 백수는 한참을 떠들었다. 근 반년 동안 그 친구와 나의 주요 화두는 두 가지였다.


(1) 우리 세대는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2) 생산적인 청년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처음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던 2017년 여름에는 대학의 한 공모전에 참가하여 인문학 교양과목을 개설했다. 우리의 기획서는 실제로 대학교에서 교양 강의로 개설되어 진행되고 있다. 그 강의에서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매주 생각해볼 법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며,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서 보고서나 발표 등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직접 제안한 강의가 개설된 것은 아주 만족스러운 일이었고, 우리의 생각이 '먹히는구나'하는 느낌도 받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여행을 마친 뒤 다시 그 친구와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특출 난 능력도, 투자할 자금도 없는 두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사람을 모으기로 했다.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조금 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카페에서 대학 동기인 친구 한 명과 후배 한 명을 섭외해서 4명의 팀이 만들어졌다. 시작하는 과정에서 <오늘의 다은>이라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다은 님께서 캐릭터를 디자인해주셨는데 초기 단계에서 각자가 캐릭터를 가지게 된 것은 우리의 활력을 돋궜다.


'다은'님께서 사진 한 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다. 본인은 다음 생에나 가능할지 모르는 금손이다.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 다양한 생각들이라는 타이틀의 모임인 <수다>가 탄생했다. 그 정체성을 동아리나 스터디 같은 것으로 딱히 규정하지 않고 일단 정기적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기본적으로는 매주 네 명이 신문이나 책, 영화 등 일상 어디에서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주제를 각자 하나씩 가져오고, 우리는 그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모임이 끝난 뒤에는 각자 카드 뉴스를 제작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3월부터 지금까지 총 4달 동안 약 40개의 주제를 다뤘고, 33개의 카드 뉴스가 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영원히 살 수 있다면?'이라는 주제,

https://blog.naver.com/onair1214/221247360130


 존엄사, 조력자살, 그리고 연명의료결정법을 다루며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 나눴던 토론,

https://blog.naver.com/onair1214/221262859210


 그리고 동물실험, 나만의 Rule, 상법 개정안, 청와대 국민청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 등등이 있었다. 한 분야에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길은 아니지만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아주 좋은 유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주변에 <수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때면, 사람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도 팀원들은 이 <수다>라는 모임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항상 품고 있다. 우선 온라인 매체를 조금 더 다양화시켜보고자 하는 시도가 가장 기본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카드 뉴스 형식의 정보 전달에 가장 적합했다고 판단했던 페이스북은 광고료를 내지 않으면 페이지가 거의 노출이 되지 않았다. 브런치에도 진출하고 싶지만 주 콘텐츠가 카드 뉴스다 보니 아직은 어려울 듯하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블로그에 머물러 있는 단계지만 앞으로도 팟캐스트나 영상매체 등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다행히 블로그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올여름에는 고등학교 토론부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고 즐거우니 멈추지 않을 이유는 충분하다.


 마냥 어리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에 돈도, 스펙도 아닌 일을 왜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요즘 뭐하냐'는 질문을 하도 많이 듣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답을 내려보자면, 일단 앞서 말했듯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어서 한다. 그리고 우리가 좋은 것이라 생각되는 일, 그러니까 세상과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수다를 떠는 일'을 하는 게 뿌듯하고 즐겁다. 네 명의 팀원들은 각자의 꿈과 목표가 있고, 다들 가야 할 길이 바쁜 시기를 지나고 있음은 사실이다. <수다>의 미래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 이 모임이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도 좋은 것이라 믿는 한 여력이 되는 데까지는 계속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다>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onair1214




 올봄부터 나름 애착을 가지고 해오던 모임이고, 결국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는 취지가 같기에 제 브런치에도 한 번쯤 소개해보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세상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모임 <수다>의 두 번째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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