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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an 03. 2019

해양공원을 거닐던 순간들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의 모든 순간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무는 동안 몇 번은 지나쳐갔던 혁명광장의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와 방문 횟수로 견줄만한 곳은 해양공원이 유일할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가로이 걷고 싶을 때 아침저녁 할 것 없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이어지므로 파이브 어클락에서 브런치로 시작하는 하루에는 해양공원에서 고운 바다를 따라 걷는 일 또한 언제나 함께였다. 짙은 푸른색 바다의 탁 트인 풍경과 함께 광장과 산책로가 이어지니 아침 산책만이 아니라 오후에도 밤에도 하염없이 걷고 싶은 매력이 있다. 그중에도 석양이 질 무렵 붉게 물든 때의 해양공원은 블라디보스토크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임이 자명했다.



해양공원의 아침, 오후, 노을, 그리고 밤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의 커다란 분수에는 아침이면 무지개가 뜬다. 그 자체의 풍경도 아름답거니와 주요 관광지와도 멀지 않고, 수프라와 주마 등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명 식당들도 가까이에 있어서 사람들이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만큼은 그 인파가 훨씬 덜하므로 더욱 차분히 가라앉은 바다의 고요함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해양공원의 아침, 분수엔 무지개가 떴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첫날의 오후, 해양공원을 찾다가 소소한 분위기의 놀이공원을 발견했다. 입장료 없이 기구마다 일정 루블만 내면 탑승할 수 있는 구조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관람차가 꽤 유명한 곳이다. 안 될 이유야 없겠지만 도착하자마자 혼자 놀이기구를 탈 정도로 흥이 오르지는 않았기에 짧은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니 바로 앞으로 바다를 따라 공원이 펼쳐져 있다. 평일이었음에도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는 사람의 수가 제법 많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바다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 아슬하게 물 위로 뻗어 있는 땅에서 장난을 치는 사람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그리고 나처럼 혼자만의 감상을 즐기는 사람들로 해양공원의 오후는 가득 차 있다.

 

해양공원의 오후
해양공원의 오후


 나는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의 마지막 저녁에도 어김없이 해양공원을 찾았다. 몇 번이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던 이곳의 바다와 거리가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또 어떤 풍경을 선물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서서히 블라디보스토크가 붉게 물들던 그날 오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노을을 이곳에서 맞이한 것이 결코 후회되지 않는 따스한 풍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해양공원의 노을


 새까만 어둠이 내린 해양공원은 이른 아침보다도 고요했지만, 야간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기에도 좋은 이곳은 여행을 그대로 마치기 아쉬운 하루 끝에도 적절한 위로를 건넨다.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있는 도시는 시간을 헛헛하게 보낼 틈을 주지 않는다.


해양공원의 밤





수프라 레스토랑 & 주마 레스토랑

조지아 음식점 수프라 레스토랑(좌), 해산물 전문 식당 레스토랑 주마(우)


 각각 해양공원의 양 끝에서 조금 안쪽의 거리에 위치한 수프라(Supra) 레스토랑과 주마(Zuma) 레스토랑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명하기로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수프라는 조지아 음식들과 함께 샤슬릭(shashlik, 고기나 해산물들을 구워서 채소와 함께 먹는 꼬치구이)이 유명한데, 고수가 들어가는 요리가 있으므로 주문 시 유의해야 한다. 해산물 전문점인 주마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킹크랩과 곰새우, 칠리 새우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두 곳 모두 보통은 입장에 대기시간이 있으므로 미리 홈페이지로 예약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식당에 대해서는 저속한 서비스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후기들이 드물게 있다. 인종차별을 콘셉트로 하는 식당은 망해야 마땅하므로 소개할 가치도 없지만, 두 식당에서 차별 없는 서비스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많으므로 특정 서버(server)의 문제로 보인다. 후에 이야기할 댑(Dab)버거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그런 논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반면에 개의치 않는 여행자도 있을 것이다. 판단은 여행자 개인의 몫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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