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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Sep 10. 2017

마크 트웨인의 아메리칸드림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굉장히 유명한 미국 고전 문학이다. 내가 구매한 책은 알고 보니 푸른숲 출판사에서 '청소년 징검다리 클래식'이라는 브랜드로 나온 버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청소년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허클베리 핀(헉)의 모험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종교, 인종차별, 부패 등 당대의 미국 사회가 가진 문제를 순수한 '헉'의 눈을 통해 보여주면서 깨끗한 아이의 양심에 비추어 어른들이 반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문학이기도 하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주인공 '헉'과 흑인 노예 '짐'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따라 떠나면서 겪는 일들을 바탕으로 전개되는데 헉은 그저 자유로운 모험을 위해 시작했지만 짐과 함께하게 되면서 둘의 여행은 흑인인 짐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변모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아메리칸드림이 살아 숨 쉬던 시기의 개척자 정신과 들어맞기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미국의 대표 문학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발표된 시기의 미국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1885년에 발표되었다. 링컨은 1863년 1월 1일에 노예 해방을 선언하였고 남북전쟁은 1865년에 북부의 승리로 끝났으니 이미 노예 해방이 이루어진 시기에 발표된 소설이다. 물론 그 시기에도 흑인은 백인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 못했으며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소설이 발표되었을 것이다. 19세기 후반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에 유복한 성장의 시대를 맞이했으나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정치적 부패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곳은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많았던 남부였다. 남북전쟁을 이끌었던 북부의 링컨이 암살되자 남부를 탄압에서 지켜줄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이제 투표를 할 수 있었지만 공화당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노예제가 부활한다는 등 무지한 흑인들을 선동하여 남부의 여러 주에 자신들의 임의대로 주 정부를 수립하였다.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에 따르면 글씨도 모르는 자가 의원, 주지사, 판사 등에 의해 선출되는 등 남부는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부의 백인들은 힘만 되찾으면 다시 흑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겠다고 결의를 하기도 하였다. 남부의 패전 이후 노예는 해방되었지만 남부에서 흑인과 백인 사이의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었고 여전히 흑인들은 힘없고 무지한 상태였다.



  인종차별과 부패, 시대의 문제를 담다.


 헉은 흑인 노예인 짐의 자유를 위해 함께 여행하는 중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노예의 탈출을 돕는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망노예법(1850년에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법으로 노예의 도망을 도와준 자까지도 처벌이 가능하게 하였다)이 시행되던 시기라면 노예를 도와준 것만으로도 죄가 되어 처벌이 가능했다. 교회 주일에서 도망친 노예를 도우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말도 들었다. 고민 끝에 헉은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나쁜 짓'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기도하기를 포기한다.


 여기에는 교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종교가 정말로 도덕적이라면 교회는 노예에 대한 탄압을 묵인하여선 안될 것이다. 헉은 흑인들도 똑같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말에 따르면 헉은 지옥에 가야 한다. 교회는 올바른 일을 자신들의 이익과 들어맞는 일로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어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은 노예제와 같은 도덕적이지 못한 일로부터 '교회에서도 그렇게 말하니까..'라는 등의 합리화를 통해 개인의 양심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교회를 따르고 노예를 탄압하는 일에 동참한다. 그들은 백인인 이웃 주민들에게는 음식을 나눠주고 재워주는 등 따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흑인에 대해서는 검둥이라 부르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19세기의 많은 미국인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문학을 통해 관습에 젖어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헉과 짐을 내세워 우리도 그들처럼 흑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함께 살아갈 것을 말하고 있다. 헉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개척자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었던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드넓은 미지의 개척지로 이끌었던 개척자 정신은 이웃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살아가는 것임을, 아메리칸드림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지향했던 것임을 다시 떠올리기도 했을 것이다.

 책의 중반부에 등장해서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왕'과 '공작'은 부패한 사람들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정치, 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많은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부패한 모습을 보였다. 건국 당시의 이상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정치인들은 권력을, 기업가들은 돈을 좇기 바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왕과 공작은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타락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들은 처음에는 흑인인 짐과 함께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후에 돈이 궁해지자 가차 없이 짐을 노예로 팔아버린다. 각종 사칭과 사기로 사람들을 속이고 큰돈을 벌기도 하지만 지나친 욕심 끝에 그들은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의 끝이 행복할리 없다는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이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인물들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에 물들어 점점 타락해가는 미국 사회에 대한 마크 트웨인의 호소는 아니었을까?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가며 헉의 모험을 따라갔지만 이것은 나의 주관일 뿐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뗏목을 타고 떠나는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또한 인류의 평등과 양심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험, 평등, 자유, 양심 등 인간과 분리시킬 수 없는 가치들을 이토록 쉽고 재밌게 잘 엮어내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1880년대 작품이라는 것이 놀랍지만, 그것이 바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학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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