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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Sep 09. 2017

엇나간 증오의 화살

<랜드 오브 마인>, 맨손으로 지뢰를 제거해야 했던 독일 소년병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쟁 중이었던 시기를 다룬 영화들 못지않게 참혹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했던 덴마크는 전쟁이 끝난 후 나치가 덴마크 서해안에 매설해놓은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독일 포로 소년병들을 이용했다. 지뢰가 매설된 해안으로 끌려간 독일 소년병들은 피뢰침 같은 막대기 하나에 의지한 채 맨손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수가 죽거나 부상당한다.

영화 속 독일 소년 병이 지뢰를 찾고 있는 장면

 혹시나 지뢰가 터지진 않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섭고 끔찍했다. 실제로 맨손으로 지뢰 밭을 기어 다녀야 했던 소년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지뢰가 터져 사방으로 흩날리는 친구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 공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을 것이다.

 나치가 설치한 지뢰를 독일인이 제거하고 있으니 자업자득인가? 아니다. 세계 대전은 소년병들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다. 덴마크인들이 독일을 얼마나 싫어했든, 독일이 전쟁 중에 어떤 악랄한 짓을 벌였든 간에 수많은 소년들을 끔찍하게 희생시킨 일은 정당할 수 없다. 이것을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하기에는 당장 해변가의 지뢰를 제거하는 일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영화 속의 한 덴마크 장교가 말하듯 그저 소년병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취급했을 뿐이다.




집에 보내준다는 약속과 다르게 또 다른 지뢰 매설지역으로 끌려가는 살아남은 소년병들


  이 영화를 덴마크인 감독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자신의 국가가 저질렀던 끔찍한 일을 이토록 참혹하게 표현하며 반성하는 모습은 존경할 만하다. 독일은 전범국가이자 패전국이기에 명백히 악으로 기록되어 왔지만 랜드 오브 마인은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행했던 악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드문 영화다.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에서 자발적으로 철수작전에 참여한 도슨은 "왜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에 왜 젊은이들이 총알받이가 되는가?"라고 말했다. 랜드 오브 마인에서도 마찬가지로 전쟁은 힘 있는 사람들의 야욕에 의해 일어나고 결국 피 흘리는 것은 힘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은 히틀러를 포함한 지배층의 욕망 때문에 전쟁을 시작했지만 마지막까지 고통받아야 했던 이들은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리면 엄마를 찾는 소년들이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이 전쟁에 있다 하더라도, 소년병들이 잘못된 복수심에 의한 불필요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전쟁은 침략을 당한 국가의 인간성마저 상실하게 했고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 후에도 누군가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용서가 아닌 복수를 선택했기 때문이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복수의 대상이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자가 아니라 힘없는 소년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엇나간 증오이며 전쟁으로 잃어버린 인간성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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