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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Sep 12. 2017

자신의 삶이란 무엇인가?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 <빅 픽처>, 그는 장편 소설이라도 항상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작가다. <빅 픽처>역시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문체가 간결하고 전개의 흡입력이 상당해서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월가의 변호사, 사진가, 그리고 살인자.
 <빅 픽처>의 프랑스 원제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라고 한다. 여기서 그 남자는 사진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부양할 가족이 생기면서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로 살아가는 '벤 브래드포드'다. 얼핏 보면 가족이나 각종 의무에서 벗어나 변호사가 아닌 사진가로서의 삶이 벤이 원하는 삶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벤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변호사로서, 아버지로서의 삶을 잃어 버리고 은둔생활을 하게 되자 자식들을 사무치게 그리워 한다. 여기서 벤이 되찾고 싶어하는 '자신의 삶'은 사진가가 아니라 자식들과 함께 살 수 있었던 과거의 삶이다.

 벤은 완벽한 범죄를 통해 '사진가 게리 서머스'로 다시 태어나지만 거짓으로 탄생한 삶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토록 원하던 사진가로서의 성공을 이루었지만 벤은 자신의 과거를 숨겨야 하기에 성공의 유명세를 피해 도망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사고로 게리마저 죽은 사람이 되어 버리자 '이제 막 새로운 생활을 찾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며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이제는 사진가로서 살고자 했던 두 번째 삶마저 되찾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앤의 도움으로 또 다시 시작된 세 번째 삶에서 그는 다시 사진을 찍고 방송국에 보내지만 모두 거절 당한다. 게리의 삶을 되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아들의 생일에는 자신도 모르게 차를 몰고 찾아가보려 하기도 했지만 이미 '애덤'의 아버지로서의 삶은 다른 이의 차지였고 벤이 돌아갈 곳은 오직 앤과 새로운 아이 잭이 기다리는 집 뿐이었다.

 벤이 살고자 했던 '자신의 삶'은 무엇일까? 벤은 결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게리가 되어 사진가로 살기 시작한게 아니었다. 그저 우발적인 사고로 그를 죽이고 도망쳐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다. 벤이 게리의 삶을 원했던 적은 교통사고가 난 직후 그 삶마저 잃어버렸을 때이다. 처음의 삶을 원하게 되었던 것도 게리를 죽이고 그 삶을 잃어버린 후였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냈으면서 시간이 지나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지난 삶을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벤은 아내의 불륜과 의도치 않은 살인으로 자신의 삶을 잃어버렸기에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누구의 삶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순간에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지금이 불만스럽더라도 그것이 돌아갈 수 없는 삶이 된다면 소중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자신의 삶'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다. 이루지 못한 꿈이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자신의 삶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를 동경하거나 꿈을 이룬 미래를 상상하며 살아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삶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과거든 미래든 자신의 이상과 일치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삶이 나아가는 방향을 돌려놓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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