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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Aug 25. 2024

흐르는 강물처럼

아름답게 익어가는 너에게,


1940년대 말, 미국의 작은 마을 아이올라에서 복숭아 재배 가업을 도우며 살아가는 빅토리아는 우연히 마을로 흘러온 외지인 윌슨 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생의 변혁을 겪는다. 가녀리고 순종적이기만 하던 한 소녀가 강인하고 아름다운 한 개인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네가 떠올랐다.


본인과는 전혀 다른 한아름의 우주와 역사를 데리고 온 어느 개인에게 운명처럼 사랑을 느끼던 순간. 누구와도 공유하기 어려운 태산 같은 비밀을 품고 홀로 흘러든 숲 속에서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을 만끽하던 시간. 어린 영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며 몸과 마음 일부를 떼내어 놓고 울며 걷던 길. 한때는 본인을 살펴주던 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시간의 야속함을 너그러이 품어 안던 마음. 묻혀 사라질 옛 집을 떠나 새롭게 뿌리내리고 데려온 복숭아나무꽃을 결국 피워내던 터. 탐스럽게 익은 달콤한 복숭아를 닮은 돌들로 사랑과 안녕을 염원하던 시절. 여러 번 넘어지고 자주 밀려나면서도 결코 주저앉는 법 없이 결국엔 일어나 자신의 역사를 성실히 써 내려가는 빅토리아가 너를 닮아 뭉클하도록 애틋했다.


이미 충분하게 풍성한 네 삶과 마음에 또다시 수많은 환희와 절망이 찾아오더라도 네가 여전히 너이기를, 그래서 매일같이 더 아름답기를.


셸리 리드, 『흐르는 강물처럼』, 다산북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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