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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Aug 23. 2020

모범 시민

모든 원칙에는 이유가 있다

Photo by Sergey Shmidt on Unsplash


어떤 일탈까지 해봤냐는 질문은 늘 난감하다. 살아온 짧은 인생은 일반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었는데도, 딱히 큰 일탈이라 칭할 만한 경험은 별로 없거니와 일탈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 사실 일탈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사회의 법률과 규정, 윤리적 원칙을 무시하고는 마치 대단한 모험담처럼 자랑하는 것이 내게는 기이하다.

규정과 원칙을 최대한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모든 규정에는 이유가 있을 테고 그 이유에는 사회적 선의가 바탕된다고 믿는다.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법이나 규칙 따위는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은 사회 공동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 살기 위해 일정한 규칙은 필요하다. 나는 잘 살고 싶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이기심과 이타심으로 최대한 정해진 원칙을 잘 따르며 살려 노력한다. 둘, 나의 기본값은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규칙을 항상 어기는 사람들이야 한 번쯤 더 어겨도 별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가지만, 억울하게도 원칙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나 같은 이들은 규정을 한 번만 어겨도 눈에 띈다. 괜히 어설프게 규칙을 어길 바에야 늘 원칙을 잘 지키며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막 시작되던 올해 초반,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IT 인프라를 활용한 훌륭한 방역 시스템에 더해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냈다. 그때 선진국이라 분류되던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사회는 어떠했는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함은 물론이고 개인의 자유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이전처럼 모여 서로의 비말과 바이러스를 마음껏 공유했다. 내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다수의 외국인들도 한국 사회의 경각심과 대처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이 국가는 자유가 없는 사회라 은근히 비꼬기도 했다. 이 국제적인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 모두를 위한 개개인의 노력과 희생보다 자신만의 자유가 더 중하다고 자만했던 이들이 어떤 말로를 겪고 있는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구 어느 곳보다 안전해졌다 믿었던 우리 사회는 느슨해진 경각심을 틈타, 또 함께 사는 모든 이들의 안전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몇몇 이들의 욕심을 틈타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다른 이를 배려하고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우지 않던가. 원칙을 지키는 개개인이 평화롭고 안전한 모두의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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