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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Jun 13. 2023

내나이

얼마전에 누군가가  40을 앞두고 있는 지금 너무 두렵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나랑 띠동갑인 동서가  어느 설 전날 굉장히 우울해 보이고 말도 없으셔서 무슨 일 있냐고 여쭈었더니 '내일이면 내가 마흔일세, 그게 그렇게 우울하고 세상을 다 산 것 같고 영 기분이 좋지 않네' 라고 하셨다. 나는 20대 후반이었고 두 살도 채 안되는 아이와 갓난쟁이 아이보랴, 직장생활하랴, 집안일하랴 정신이 없던 내게 손 가는 애들이 없는 형님이 오히려 부러웠었다. 나도 과연 마흔을 앞두면 저런 마음이 들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물론 나는 마흔을 앞두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뒤치닥거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40을 앞두고 두렵다고 하는 지인과 오래전 동서의 말을 떠올리며 그럼 지금 나는 내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오십대 초반인 나는 내가 좋은가? 지금 이나이의 나는 인생을 잘 살고 있는가? 나이들어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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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     

지금 어렵다고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쓰지 말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잘 나누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일에 대해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모든 것에 초보자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익히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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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혹시 60이 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신달자 시인하고 꼭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나도 내나이를 사랑하고 있다.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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