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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Jun 13. 2023

브런치 스토리 작가라니!!!

가슴 떨리는 이름, 브런치 스토리 작가


브런치 스토리 작가라니!!

40대 이후에, 늦둥이 막내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엄마 껌딱지를 졸업하고 나니 오롯이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나름 신세대 남편이라고 외치면서도 집에 오면 손하나 까딱 않는 짝지 때문에 생각보다 자유롭진 않았지만 그 와중에 모임도 자주 나가고 혼자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가졌었다. 그 즈음에 거의 매주 한번씩 만나는 가족보다 더 친한 언니들과의 모임에서 한얘기 또하고 또하고 웃고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기 때문에 갱년기란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놈의 갱년기가 뜻밖에도 불규칙한 수면 습관으로 왔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 누웠다 하면 꿈나라로 가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고 6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깰 때 까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자곤 했는데 어느날부터 그 패턴이 깨지기 시작했다.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면 1시, 또 깨면 2시, 3시, 4시... 거의 한시간에 한번씩 잠을 깼고 쉽게 잠들지 못하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통스러웠지만 갱년기라 그런가보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면서 핸드폰도 보고 티비도 보면서 불면의 밤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떄론 비몽사몽간에 뭔가를 클릭했는지 전혀 생각지도 않던 택배가 오기도 했다. 도대체 언제 샀는지 알 수 없어서 구매 이력을 클릭해보면 새벽 몇시쯤에 구매한 거였다.

어제도 새벽에 잠을 깨어 비몽사몽 몽롱한 상태로 핸드폰을 열었고 '작가님, 글을 발행하세요'란 내용을 읽었는지 브런치 스토리 작가 서랍에 있던 세 꼭지의 글을 발행했다. 정말 별 느낌 없었고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든 것 같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어나서 보니 새벽 잠결에 브런치 스토리에서 쓴 글을 발행한 것이 떠올라 뜬금없이 스윗드림 작가님께 '발행이 되면 된건가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메일이나 브런치 스토리 앱을 확인해보라는 말을 듣고 그때서야 메일을 확인하고 앱의 알림을 살펴보니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글 발행에 앞서 프로필에 작가 소개를 추가 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라니!' 얼떨떨 했다. 사실 6년전 쯤에도 브런치 작가 서랍에 여러개의 글을 썼었고 작가 신청을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메일을 받았었다. 엄청 기분도 나쁘고 실망스러웠다. 여행을 갈 때마다 매일 여행 일지도 쓰고 매일은 아니어도 드문드문 일기도 쓰고 글쓰기 연수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나름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신청을 했었다.

지들이 뭔데 떨어뜨리지? 여기 아니면 글쓸데가 없을까봐 라는 팽도라진 생각만 나고 심기일전 또 도전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바로 브런치 싸이트 자체를 외면했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잘 썼길래 작가가 되었나 싶은 오기라도 생겨 읽고 또 읽어봤어야 하지만 그런 오기는 생기지도 않고 그냥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연히 SNS에서 스윗드림 작가님의 '올해는 꼭 브런치 작가 되기'클래스를 접하게 되었고 잊고 있던 꿈이 생각났다. 오랫만에 브런치에 들어가서 작가의 서랍에 있던 글을 읽어 보았다. 그땐 괜찮았던 내용들이 영 허접하고 이런 글로 신청을 했다니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 작가가 운영하는 클래스라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한번 들어보고 될 때 까지 도전해볼까? 라는 마음이 생겼다. 마음이 아니라 열망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쓴 글을 작가님이 본다고 생각하니 좀 쑥쓰러웠지만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오프라인 첫모임날 여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망설였지만 '할까? 말까?' 할 때는 해야 한다는 말을 믿고 시작했다.

시작하길 참 잘했다. 내가 쓴 글의 허점을 발견하고 정확하게 지적해준 스위드림 작가님의 조언을 듣고 구체적으로 쓰고 옆사람에게 말하듯이 읽어보니 내글이 훨씬 풍부해진 느낌을 받았다. 지난번처럼 바로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신청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용기를 내서 작가신청을 클릭했는데 덜컥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처음에 웬일인지 싶고 실수는 아닌지, 입사 통보를 받았는데 잘 못 보냈다는 전화를 받은 취준생처럼, '작가신청 수락은 잘못 보낸 메일'이라는 연락이 오는 것은 아닌지 초조한 마음도 한편으론 들었다. 실수가 아니고 진짜인게 실감이 나고 여기저기 자랑을 하다보니 이젠 걱정이 앞선다. 내 글의 어떤 면을 보고 수락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과연 앞으로 계속 브런치스토리의 다른 작가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글을 쓸 수 있을지 말이다. '에게, 아무나 브런치작가가 될수 있는거야?' 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읽고 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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