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 4일째
어느덧 여행의 절반이 지나간다. 만족스러운 호텔 조식을 든든하게 챙겨 먹었다. 내가 생각할때 만족 스러운 호텔 조식의 가장 큰 조건은 즉석에서 오믈렛을 해주느냐 이다. 계란을 톡 깨트려 휘저은 후에 양파, 파프리카, 시금치 등의 각종 토핑을 넣어서 타원형의 두툼한 오믈렛을 해주면 잠자리가 좀 불편했어도, 천장에 도마뱀이 기어다녀 식겁했어도 내게는 최고의 호텔이다. 오믈렛이 없으면 계란 후라이라도 해주면 원더풀은 아니어도 베리 굿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이참에 원더풀 호텔의 조건을 하나 더 추가 해야겠다. 독일만의 특징인지 모르지만 이번에 지나간 모든 호텔의 조식 부페에선 빵 종류가 다양했다. 빵이 주식이어서 당연하겠지만 달지않고 고소한 여러 종류의 빵을 먹다 보니 오믈렛이 없어도 계란 후라이가 없어도 좋은 호텔로 쳐주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첫번째 목적지인 백년도 더 된 신시청사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일행 중 한분이 여권과 현금을 든 가방을 호텔에 두고 온것 같다고 하신다. 다른 가방이라면 몰라도 여권이 들어 있다면 열일을 제치고라도찾을일이다. 다행히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되돌아가서 찾을 수 있었고 일행 모두가 일정이 늦어지는데 대해 개의치않고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그분은 그 보답으로 점심 때 음료를 포함 맥주 한잔씩 돌렸다.
오늘은 일정이 좀 느슨한 편이었다. 뮌헨 신시청사, 마리엔 광장 등 거리를 여유있게 돌아보았다. 패키지 여행은 무조건 포인트가 되는 곳에 내려 인증샷 찍고 버스에 타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틀에 박힌 여행으로 알고 있었는데 거리 여기 저기를 돌아보며 산책도 하고 프라우엔 교회에선 안으로 들어가 악마의 발자국을 보기도 했다. 교회를 짓던 건축가가 창문이 없는 교회를 지으면 악마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교회를 지었는데 건축가가 약속을 어기고 창문을 만들어 화가 나서 발자국을 남기고 도망 갔다고 한다.
닭 한마리를 펴서 튀겨 논 듯한 음식과 감자튀김, 샐러드로 구성된 현지 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맛은 있었지만 김치가 있었으면 더 맛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좀 느끼했다는 얘기다. 식사 후 거의 두시간정도 달려서 뉘른베르크로 갔다. 지난번 여행에선 밤 늦게 도착하여 잠깐 스쳤던 곳인데 이번에는 자유시간을 넉넉하게 줘서 구시가지, 신시가지를 여유있게 돌아보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휘슬러에 들어가 예쁜 가위도 살 수 있었다. 퀼트를 취미로 하다보니 예쁜 가위나 바느질 도구가 있으면 바로 지름신이 강림하신다.
저녁은 중국음식점이었는데 한국에서 먹는 중국음식과는 달랐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여러가지 뷔페 음식중에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걸로 골라서 배고프지 않을 만큼만 먹었다. 나름 글로벌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해서 여행을 할 때는 반드시 현지 음식을 먹는다에 한표를 고수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포장김치며 깻잎, 고추장을 싸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이번엔 간신히 떨쳤는데 다음 여행에서도 그 유혹을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다. 저녁을 먹고 1시간30분을 달려 슈바르젠 바흐 안 데어 잘레로 이동, 도르메로 호텔에 투숙했다. 오랫만에 해가 떠있지는 않았어도 조금은 환할때 호텔에 도착했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이다. 자기전에 호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예쁘고 고급스럽다. 어쩐지 잠이 더 잘 올 것 같다. 집으로 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니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