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정화 Freshorange Jun 14. 2023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두번 째 삶

독일여행 5일차

 오늘 일정은 숲의 사람이란 뜻을 가진 드레스덴에서 시작했다. 물론 뮌헨에서 드레스덴까지 두시간 넘게 차로 달려와서 말이다.  츠빙거 궁전의 왕관이며 타일조각 하나하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화까지, 4년전에 왔을 때 보고 감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두번째라고 해서 그 감동이 덜하진 않다. 오히려 그때는 처음이라 얼떨떨했다면 다시 보니 그땐 못보고 지나친 조각들이 새롭게 보였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별 노력없이 돈만 내면  관광지 데려가 보여주고 먹여주고 편하다는 점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거리를 헤맬일도 없다. 혼자 아니고 둘 이상이 함께 한다면 가고 싶거나 먹고 싶은 곳이 달라 서로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것도 큰 장점중의 하나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가고 싶다고 다갈수 없고 머물고 싶다고 한없이 머물 수는 없다. 가이드나 인솔자도 잘 만나야하고 같이 다니는 일행도 괜찮아야 한다.  

 여행 일정을 적다 뜬금없는 내용인지 싶지만 아침에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서이다. 우리를 인솔하는 인솔자 정선영씨가 백프로 맘에 드는건 아니지만 손님들 간식도 따로 준비하고 소매치기 당하지 말라고 고리도 준비해서 일일이 나누어 주는 등 이것저것 신경쓸려고 애쓴다고 생각했는데 아침 밥 먹고 있는데 다가와서 이것저것 맘에 안든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이드가 해주는 설명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가 설명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단다. 그건 여행사 원칙에 맞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굳이 찾아와서 가이드로서의 본분을 잘 지키라고 충고를 하는 바람에 아침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며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다. 가이드의 기분이 안 좋으면 여행 일정에 아무래도 영향을 미칠 듯 하여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다독여 주었다. 그렇게 맘에 안들면 개인 여행을 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에서 오랫만에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한식을 먹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그 맛은 아니지만 느끼한 현지식을 주로 먹다 흰 쌀밥에 구수하고 얼큰한 한국식 찌개를 먹으니 여행의 피로가 조금은 풀린 듯 했다. 

 동서를 가로 막던 베를린 장벽의 흔적,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전쟁의 파괴성을 알리는 카이저 빌헬름 교회 까지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프로이센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기념탑도 황금색 독수리 모양의 조각상이 인상적이었다.

 패키지 일정 치고는 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시간적 여유도 많았다. 무엇보다 베를린에서 인상적이었던것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공원이었다. 독일인들이 반성과 추모의 마음으로 만든 유대인 추모 공원으로 종전 60주년인 2005년에 완공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도 아니고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 자기들의 잘못을 들어내놓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위대해 보였다.  빌리 브란트 수상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무릎을 꿇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똑같은 죄인이면서도 반성은 커녕 지금도 역사 왜곡을 보란듯이 하고 있는 뻔뻔한 일본과 너무 비교가 되었다. 

 관광을 마치고 독일 음식, 학센으로 저녁을 먹었다. 우리의 족발하고 비슷한 음식이었는데 혼자 먹긴 너무도 큰 외형 때문에 오히려 더 먹기가 부담스러웠다. 양도 많고 족발처럼 보이는데 족발 맛은 아니고 크게 땅기는 맛이 아니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숙소는 홀리데이인 인데 문이 열리지 않아 소란스러웠다.  가이드가 입구를 잘 못 알아 무거운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게 했다. 여행이란 항상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만나기 마련이다. 전세계를 휩쓰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갈 수 없었고 우리 가이드도 오랫만에 일을 해서 인지 예전에 왔던 곳인데도 좀 헷갈려서 이래저래 안해도 되는 고생을 좀 하게 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같은 맘은 아니었나 보다. 

 호텔에 좀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시간 여유가 좀 있었다. 호텔 1층에 있는 바에 가서 칵테일 한잔씩 하며 함께 못오 가족들 얘기며 시차 적응이 안되 밤새 핸드폰 하고 정작 버스에선 잠만 잔다는 얘기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두번째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