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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Jun 12. 2023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두번 째 삶

독일여행 2일차

 긴 시간의 비행끝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해외 여행을 할 때 마다 시차가 크게 달라지는 곳으로 가면 시간과 날짜 개념에 혼란이 온다. 분명 20일에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이 다시 20일이면 하루가 지났다고 해야할 지 그대로 라고 해야할 지 말이다. 거의 30년전 처음으로 미국에 갔을 때 한국에서 분명 일요일 오전에 출발했는데 도착해도 같은 일요일이어서 참 신기했었다. 내가 자고 있던 시간에 여기서는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였겠구나 생각하는 일도 낯설었다. 그때만큼 신기하진 않지만 지금도 시차는 적응하기 어려운 요소중의 하나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도착하니 3월 20일 10시쯤 출발해서 15시간쯤 날아왔지만 여전히 20일이고 저녁이었다. 


 공항에서 두시간쯤 달린후 바트메르덴타임이라고 하는 조그만 시골 동네에 도착했다. 시내까지 큰 버스가 못들어간다하여 버스에서 내려 각자 여행가방의 바퀴를 덜거덕 거리며 호텔에 도착했다. 아주 조그만 시골마을이고 바닥이 옛날 돌이 그대로 있는 곳이어서 19개쯤 되는 가방의 바퀴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트렸다. 다행히 호텔이 밀집된 곳이라 그러려니 했을 것 같다. 


호텔은 Arvena Reichsstadt Hotel in Windsheim 이었다. 여기저기 공사중인 데가 있었고 신관, 구관이 있어 가이드조차도 입구를 못 찾아서 드르럭드르럭 하며 이리저리 헤매었다. 다들 만난지 얼마 안된 사이라 체면을 차리느라 그랬는지 누구 하나 짜증내는 법이 없었다.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고 또 두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와서 지칠대로 지쳤을텐데도 무거운 가방을 끌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것이 힘들었을 법한데도 말이다. 


  겨우 입구를 찾아 호텔에 들어섰다. 로비도 그닥 넓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작은 곳이었다. 가이드로부터 방 키를 받고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듣고 다음날 아침 조식시간, 날씨, 집합 시간 등을 듣고 드디어 방으로 들어갔다. 일단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에 잠깐 누우니 집 떠나서 24시간도 넘는 시간동안 쌓인 피로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오래 전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갔을때 다음날 모이라고 했던 시간보다 30분도 넘게 나간적이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같이 있던 친구도 나도 모닝콜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핸드폰이 없던 때여서 따로 알람을 맞출 수는 없었다. 그날따라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전날 가방 정리를 다 하고 갈아입은 옷만 넣고 지퍼를 닫으면 나갈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호텔이 엄청 컸던데다 우리가 있던 방 번호를 몰랐던 일행들은 우리가 산책을 나갔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곰이라도 만난것안 아닐까 하면서 1층부터 복도를 돌며 우리 이름을 조그맣게 부르고 다니고 있었다. 


 그 뒤로 여행을 가면 항상 저녁에 가방 짐을 다 정리해놓는게 습관이 되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갈아입을 옷을 내놓고 입었던 옷을 넣고 지퍼만 닫으면 되게 정리를 해놓고 잔다. 그날도 짐 정리하고 씻고 누우니 세상 부러운 것이 없었다. 특히 앞으로 며칠 간은 남이 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을 먹고 다닐 생각을 하니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잠들기 전에 친구랑 한번쯤은 했던 얘기를 하고 들으며 스르르 나도 모르게 잠들었던 기억은 덤으로 얻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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