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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Jun 12. 2023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두번 째 삶

독일여행 1일차

새로운 삶의 시작은 여행으로

독일여행 첫날

 30년 넘게 일했던 직장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보통은 아쉽기 마련이지만 나는 작년부터 오랜 직장생활을 마무리 해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 부터 무척이나 설렜다. 내 나이 앞자리에 7이라는 숫자가 붙기전에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많이 많이 하고 싶은 게 로망이었는데 가장 덥고, 가장 춥고 여행비도 가장 비싼 방학때만 갈 수 있는게 조금은 아쉬웠었다. 올 2월이후엔 시간과 경제력이 허락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엔돌핀이 쑥쑥 샘솟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3월 2일이 되었을 때 습관처럼 시작했던 일을 안하고 갈곳도 없게 될거라고 생각하니 괜한 불안감도 생겼다. 그래서 평소 가족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 먼저 퇴직하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언니들한테 '나 어쩌지? 내년 3월 2일이 되었을때 집에 있으면 무척 불안할 것 같아' 라고 하니 바로  '뭐가 문제야,  떠나면 되지? 어디로 갈까?' 라는 응답으로 나의 불안을 잠재워줬다.  

 그날 우리의 대화는 바로 여행사 상품 검색이라는 실천으로 이어져 올 3월 20일 독일 여행으로 이어졌다.  나와 그녀들의 퇴직을 기념하며 오래 고생한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는 의미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된 조금은 럭셔리한 상품으로 선택했다. 매번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여행을 즐길 수는 없지만 어쩌다 한번쯤 일상을 고단하게 사느라 애쓰는 우리들도 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지 않냐고 서로 서로 애써 정당화를 시키면서 말이다.  

 여행은 전주에서 공항까지 가는 것 부터가 시작이다. 5시 30분 인천공항행 시외버스를 타고 세시간 이십분만에 공항도착했다, 평일인데 차는 만석이다. 코로나가 거의 끝나고 예전의 일상이 돌아오는 중이라고 하더니 나도 마찬 가지지만 모두들 여행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해서 여행사 가이드 선영씨를 만나 짐을 부치고(체크인은 미리 함) 출국 심사도 가볍게 통과한 후 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새벽부터 출발하느라 죽 한그릇도 못먹은 우리는 배가 무지 고파서 일단 아시아나 항공 라운지에 가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넷이 즐거운 수다타임을 가졌다. 

 상품자체가 루프트한자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아시아나여행사와 파트너쉽을맺어서 아시아나 항공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난생처음 가본 라운지는 신세계였다. 많지는 않지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종류별로 있었다. 샐러드, 토스트, 치즈는 물론 우유, 탄산음료,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도 있고 원한다면 술로 맥주, 양주, 와인 등을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처음 이용하는 우리는 한껏 들떴지만 그래도 마치 여러번 이용해 보는 듯한 허세를 부리며 촌스럽지 않게 보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여행은 누구와 언제해도 즐거운 일이지만 난 특히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걸그룹 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마음이 맞는, 물론 때로는 맞지 않더라도 친한 여자 친구나 친한 여자 직장동료로 팀을 구성하는 여행이 가장 즐겁고 만족도가 높다. 더구나 이번에 같이 가는 일행은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들이었고 한때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기도 했다. 만나면 하는 얘기는 뻔하다. 남편 흉보기, 자식들때문에 실망한 일 얘기하면서 위로 받기, 서로 아는 지인들의 뒷 담화, 가끔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애국자라도 된냥 정치나 사회적 이슈들로 나름 갑론을박을 벌일 때도 있다. 문제는 한번씩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서로 마치 처음 들었다는 듯이 놀래주고 공감해주는 센스는 발휘하는 사이다. 그날도 수다에 수다를 떨며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해외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또 면세점에서의 쇼핑이다. 처음에 해외여행을 갔을 때 들어간 면세점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었다. 드라마의 누구처럼 '여기서 여기까지 주세요' 라고 하고 싶을만큼 사고 싶은 것이 많아 설레면서도 속상했었다. 자주는 아니어도 몇번 나가다 보니 처음 만큼은 아니지만 하나쯤은 사줘야 기분이 날 것 같아 샤넬 립스틱, 팩트를 사고 비행기에 올랐다. 


 난생처음 타보는 비즈니스석 역시 달랐다. 사실 비행기에 탈 때부터 대접이 다르긴 했다. 길게 줄서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탑승할 때 부터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좌석의 크기도 훨씬 크고 넓어 일어나고 앉고 할 때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마치 내 집의 안방처럼 편안하게 누워서 갈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식사도 단품으로 나오지 않고 에피타이저, 메인요리, 디저트가 구분되어 나오니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었다. 먹고 영화보고 자고, 가볍게 운동하고 또 먹고 자고. 비행기를 타면 항상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이번 사육은 그래도 좀 한결 낫다. 열네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다른 일행을 만나 버스에 탑승해서 첫번째 목적지로 출발했다.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일정은 이미 짜여져 있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대로 오고 가지만 나이대도 다르고 떠나온 곳도 다른 사람들이 한 팀을 이루어서 가는 지라 소소하게라도  이런저런 얘기들이 생길 것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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