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 3일째
어제 저녁 밤늦게 도착해 어두껌껌한 곳에서 이리저리 입구를 찾아 헤매다 겨우 들어가 긴 여행의 피로를 푸느라 여기가 어딘지 볼 겨를이 없었다. 자는 듯 마는 듯 눈이 떠져서 시계를 보니 아침 식사를 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다시 잠들었다간 아예 일어나지도 못할 게 걱정되어 친구랑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나가보니 조그맣고 조용한 동네였다. 아기자기하고 이쁜 호텔이 여러개 있는 곳으로 호텔의 색깔이 저마다 독특하고 예뻤다. 호텔에서 자기전에 알았으면 훨씬 더 행복한 수면시간이 되었을지 몰라 아쉬웠다. 함께 간 친구는 20살때 부터 지금까지 40년 가까운 절친이다. 많은 시간 함께 하며 울고 웃고 오만 가지 정을 다 쌓은 사이지만 또 이렇게 여행을 같이 하면서 함께 자고 여유있는 산책을 즐기긴 처음이어서 말없이 산책만 해도 즐거웠다.
우린 구경하러왔지 우리식대로 바꿀려고 온게 아니라는 가이드의 말이 딱 맞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식사가 영 입맞에 맞지 않는다. 그나마 호텔에서 먹는 조식이 먹을만해서 가능한맛있게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로텐부르크 시청사, 아콥교회 순례자의 동상 및 표지는 여전하다. 사실 4년전 여름에 다른 지인들과 비슷하 코스로 여행을 왔었다. 그땐 많은 사람들에 치여 보이지 않던것들이 호젓한 분위기속에 있으니 더 많이 보인다. 그땐 없던 가게가 새로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그때도 있었고 봤지만 인상에 남지않아 잊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시 패키지 여행이라 거기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짧았고 이른 아침이라 거의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열지 않아 아기자기한것들을 볼 수있는 눈호사를 못한것이 아쉬웠다. 다음에 또 와야지 라고 애써 위로하며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났다.
오늘 두번째 일정은 노이슈반슈타인성이다. 일명 백조의 성으로 멀리서 보면 한마리 백조를 연상시킨다하는데 어딜봐서 백조인지는 당최 모르겠다. 혹시라도 마리엔 다리라는 곳에서 보면 백조의 형상으로 보였을지 모르는데 거긴 생략했다. 우리일행이 젊어 보일정도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무리한 일정은 어려웠다. 그분들을 70 되기전에 남편과 계획한 먼나라 여정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조의 성에는 그래도 나름 사람들이 있었다. 한창 성수기때의 바글바글한 풍경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루드비히 2세가 이 성을 지으면서 일도 많이 시키고 세금도 많이 걷어서 원성이 자자하였다는데 지금은 연 이백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으니 여기 사람들은 그때 힘들었던 조상들에게 감사할일이다. 조금은 길게 내부까지 관람을 마치고 뮌헨까지 세시간 넘게 달렸다. 차에서 가이드의 말을 듣다가 졸다가 또 잠깐 깨면 스치는 풍경을 보면서 여행이 주는 호젓함을 즐겼다. 역시 호텔엔 밤에 도착해서 주변 풍경을 볼 수는 없었다. 아마도 좋겠거니, 하고 호텔로 들어왔는데 호텔입구로 들어오는 방향이 살짝 달라져서 두분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한참을 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 그분들이 가던 길을 돌아오고 여기서 찾으런 간 사람들이 만나서 별일이 없었다. 연령도 다르고 출발 지점도 다른 18면이 만나서 움직이다 보니 날마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쏟아진다. 갈데도 많은데 한번 왔던 곳을 다시 오는게 좀 아쉬웠는데 함께 온 사람들도 다르고 만난 사람들도 달라서인지 전혀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