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정화 Freshorange Aug 06. 2023

내가 행복한 순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아니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라니, 언제지?

어리고, 젊었을때는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부모님이 계셨고, 물론 엄마는 지금도 계시고 부자는 아니었어도 끼니를 거르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할 만큼 가나한 것도 아니어서 크게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개념이 머리와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15년전 갑작스러운 오빠의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이지 않나 싶다. 그전에도 물론 '죽음'이 낯설진 않았다. 젊은 여배우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뉴스에 나오기도 했고 수시로 친구나 직장 동료의 부모님 장례식장을 다니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런 '죽음'들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이었다. 이제 겨우 40을 넘긴 젊디 젊은 오빠가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났을때 비로소 '죽음'은 나의 일이었고 아주 커다란 충격으로 나의 평온했던 삶을 근본부터 흔들었다.

아마 그때 부터 였을 것이다. 삶의 기준 혹은 신조 등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단순무식하게 살기'로 말이다. 올지 안올지도 모를 내일을 준비하느라 오늘을 참고 견디고 수련하듯 사는 삶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하고 아주 사소한 일부터 감사해 하고 행복해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코 끝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때도, 천변을 산책하다 발견한 한송이 야생화를 보다가도, 텔레비젼에서 본 요리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라한 것도 아닌데 참 맛있게 된 음식을 맛볼때에도, 아침에 눈 떴을 때 옆지기의 건강한 숨소리를 들을때도 행복하다.

물론 무엇보다 나를 설레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여행과 관려된 모든 것이다. 어렸을 때 동네마다 다니며 동동 구리무를 외상으로 팔던 방물장수 아주머니가 내 손금을 보더니 역마살이 끼었다고 해서 집 떠나는 것은 내 숙명인가 보다 싶었다.그래서 그런가 어딘가 가기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하고 떠나고 경험하고 돌아오는 그 순간 순간 항상 행복하다.

쓰다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라는 노래가 있는데 내 얘기를 쓴거였나?


얼마전 브런치 작가 되기 온라인 수업 주제 숙제로 쓴 글이었는데 다시 보니 새롭다. 사족을 붙이자면 열흘전쯤 지독한 독감을 앓아 거의 열흘을 열과 통증, 무기력증에 시달렸는데 건강을 잃어보니 건강의 소중함이 새롭다. 남의 눈에 들보보다 내손톱의 티끌만한 상처가 더 아프다고 그 어떠한 말기암 환자의 고통보다 내가 겪는 통증이 더 커보였다. 내가 수시로 느끼는 행복감은 건강할 때 비로소 느낄수 있는 거지 조금이라도 아프면 그 어떠한 즐거움도 행복도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아프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도 새삼 절실해졌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두번 째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