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너무도 짧은 일주일의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독일에서의 마지막 호텔 조식이라고 생각하니 마냥 아쉬웠다. 특히 달지 않고 담백하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다양한 종류의 빵들은 두고 두고 그리울 것 같았다.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끝에 서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끝에 즉석에서 바로 해주는 오믈렛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는 것으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가방을 챙겨서 호텔을 나가니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밖으로 나돌아 댕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의 끝자락이 되면 돌아가는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돌아가기 싫어하는 내 마음을 아는 비라고 내멋대로 해석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지금까지 이용한 대부분의 패키지 상품은 마지막날은 무조건 공항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상품을 선택할 때도, 가이드가 준 일정표를 볼 때도 대충 봐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두어시간 뤼데스 하임의 드로셀가세 티티새 골목을 돌아본단
다. 야호! 이게 웬 일이야.
라인강의 진주라 불리는 뤼데스 하임은 주변을 에워싼 너른 포도밭과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아담한 고성, 중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구시가지 덕분에 라인강 유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곳이다. 우리가 둘러 보고 사진 찍느라 분주했던 드로셀가세는 일명 티티새 골목이라 불리며 좁은 길에 레스토랑과 여러 기념품점이 즐비해 볼거리가 넘치며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꼬마 기차를 타고 넓은 포도 농장 사이사이를 돌아보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달렸다. 비즈니스석이 예약된 상품이라 공항에서도 나름 대접을 받으리라 기대하고 갔지만 가이드가 별반차이가 없을거라고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공항엔 사람이 많아 복작거렸고 일반석과 구분해서 줄도 따로 서고 비행기 탑승도 먼저 하게 해주는 우리나라 공항과 달리 무조건 줄을 선 순서대로 출국수속과 탑승 절차가 진행이 되었다. 내가 일반석 티켓을 가진 손님이었다면 '오, 괜찮은데. 돈좀 더 냈다고 특별 대우 해주는 게 어딨어?' 라고 고소해 했을거다. 그 입장이 아니다 보니 조금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비합리적인 것 같기도 해서 좀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모든 게 설레서 기내에서도 푹 쉬거나 하기가 어렵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잠만 자고 온다. 여행에서의 피로가 누적되어 그럴 것이다. 독일에서 한국까지는 거의 12시간이 걸렸고 예전보다 더 길어진거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때문에 항로가 좀 멀어져서 그렇다고 한다.
긴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하니 여행의 끝이라는게 실감이 났다. 함께 했던 일행들, 특히 까다롭게 굴던 일부 손님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또 세 시간 넘는 버스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참,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지난 3월 20일에 시작해서 27일에 끝난 여행기이다. 독일여행 1일째, 2일째...로 부제를 붙이다 보니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혹시 오해 하는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여행을 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항상 그날 그날의 여정, 에피소드 등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더하고 빼고 고쳐서 여행기를 써 본 것이다. 쓰면서 그 때 찍었던 사진을 함께 보니 나도 마치 그곳에 있는 착각이 들어 다시 한번 여행을 하는 것 같고 글 쓰는 시간이 행복한 시간 그 자체였다.
일본, 미국, 라오스, 영국, 태국, 중국 등 그동안 써 놓은 여행 기록들을 다듬어 그때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해야겠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