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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Jun 18. 2023

여행으로 시작하는 나의 두번 째 삶

독일여행 7일째

 전날도 밤 늦게 호텔에 도착해 주변 풍경을 볼 수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식사전에 잠깐 나가보니 아기자기한 소도시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곳인지 여기 저기 호텔도 보이고 가정집과 상가가 혼재해 있는 곳이다. 관광객인지 주민인지 모르지만 조깅을 즐기는 사람도 보였다. 

 오늘은 식사를 하고 바로 하나우로 이동했다. 바이마르에서 281km쯤 떨어진 곳으로 약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중간에 휴게실도 들렀는데 조그만 쇼핑몰도 함께 있어 하리보며 감기차 등 지인들 선물을 사기도 했다. 노옵션, 노쇼핑 상품이어서 선택했는데 쇼핑을 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간단하게라도 선물을 사니 마음이 놓였다. 요샛날 촌스럽게 누가 여행가서 선물을 사나 싶지만 주변 지인들이 여행갔다 오면서 빈손으로 오며 웬지 서운해서 조그만거라도 사는게 마음이 편하다. 

 백설공주, 헨델과 그레톌의 작가 그림형제 동상이 있는 하나우 시청사에 갔더니 마침 토요일이라 그런지 식료품 마켓이 서있다. 여행 중에 들르는 재래시장이나 플리마켓에 가면 괜히 흥분되고 뭐라도 사얄것 같고 너무 좋았다. 패키지 여행중엔 그런 기회가 별로 없는데 나와 친구들은 이게 웬 행운인가 싶었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 ' 이런데 재미도 없는데 뭐하러 가냐'고 툴툴거려서 좀 짜증이 났지만 금방 잊고 하나라도 더 볼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수제잼을 파는 아저씨의 판매대 뒷 쪽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 거기 있는 총각 사진이 배우 뺨치게 잘 생겨 보여서 눈길을 끌었다. 그 아저씨의 젊었을 때 사진이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보여서 우리끼리 '뭔일이래? 어떤일을 겪은거여?하면서 웃었다. 오래전 젊었을때 부터 수제잼을 팔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붙여 놓은 것 같은데 그 사진을 보니 아닌게 아니라 신뢰감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는 그 아저씨가 못알아듣는 한국말로 뒷담화를 한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블루베리, 딸기잼을 사고 시식용 잼에 빵 한쪽을 찍어 먹으며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그림형제 동상을 보러 간건데 식료품 마켓에 정신이 팔려 하마터면 사진도 못 찍을 뻔했다. 서둘러 인증샷을 찍고 좀 더 돌아보려 했으나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아쉬운 마음을 잔뜩 안고 버스에 올랐다. 

 백작 필리프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거처로 지은 필리푸르에 궁전 정원에 갔더니 웨딩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이 보였다. 결혼을 앞둔 선남 선녀의 행복한 미소는 어디나 똑같다. 30년 전의 나도 저렇게 행복했겠지?

 점심 식사 후 모젤강 옆의 코헴성의 외관을 보러 코헴으로 갔는데 거기도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조그만 소품 샵도 많고 분위기가 들떠 여행하는 기분이 그럴듯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코헴시 전체를 관망하는것도 좋았는데 바람이 거세서 올라가고 내려가던 케이블카가 많이 흔들려 무섭기도 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고 벌써 마지막 밤이다. 4년전에는 점심만 먹고 떠났던 뤼데스하임에서 저녁을 보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티티새 골목을 지나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식당과 호텔이 멀지 않아 식사후에도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패키지 여행을 하다 보면 주로 관광객들이 찾는 식당을 가기 마련인데 현지인들이 많은 곳이어서 흥겨웠다. 주말 밤이어서인지, 뭔가를 축하하는 모임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흥겨움은 우리와는 달랐다.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것은 비슷했는데 일행들이 우르르 일어나 단체로 춤을 추는 모습은 지켜보는 우리의 엉덩이도 들썩거리게 했다. 그들이 추는 모습을 보고 우리 가까이 앉아 있던 할머니도 일어나서 혼자를 춤을 추었다. 라인댄스를 배우고 있어서인지 내 다리도 분홍신을 신은 카렌처럼 들썩였으나 찻잔속의 태풍이라고 테이블밑에서만 그럴 뿐이었다.  누군가 내 손을 잡고 같이 추자고 했으면 못 이기는 척하고 나갔을텐데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식사 후에도 와인을 마시면서 오래 머물렀는데 그들의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에 시간을 붙잡아 밧줄로 꽁꽁 묶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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