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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Aug 08. 2023

만으로 56세, 새로운 취미를 갖다

셔플댄스와 승마

 어렸을 때는, 아니 사실 몇년전까지만해도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운동을 너무 못하고, 또 너무 싫어해서 학교 다닐 때는 체육시간이 진짜 싫었다. 초등학생때는, 물론 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 였으니 국민학생일때는 키는 작아도 체중이 그닥 많이 나가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중 1 겨울방학때 추위를 핑계로 먹고 눕고 먹고 앉고 하다보니 두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10킬로 이상 체중이 늘어난 후로는 행동이 더 느려지고 안그래도 없는 운동신경은 더 무뎌져서 체육시간에 하는 모든 활동이 내게는 재앙이나 다름 없었다.  대학생이 되면 체육시간이 없는 줄 알고 얼른 시간이 지나서 대학생이 되기를 소원했지만 대학생이 되었을때 3학점짜리 체육을 3학기나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너무나 절망적이었던 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 대학교 입학할 때 꼭 필요했던 체력장을 겨우겨우 최저점으로 통과하고 대학교 체육 과목은 3학기 내내 겨우 낙제만 면할 정도의 점수로 그 지난한 '체육시간'을 통과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 할 때도 '체육'은 나에게 수시로 절망감을 주었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얼마전까지 친목회라는 것을 했었고 그때마다 배구니, 등산이니 하는 활동을 했었고 그떄마다 난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다. 나처럼 운동하는 것,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정말 싫어했다. 

 지금도 물론 싫어한다. 안해도 되면 최대한 피하고 싶은게 운동이고 움직이는 거다. 물론 여행을 하면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것은 또 별개다. 그럼 운동은 싫어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나?

 그렇게 싫어하는 운동을 안할 수가 없는 나이가 되면서 '체육활동'은 이제 점점 나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 시작은 '걷기'였다. 40대가 넘어가면서 '당뇨'를 진단 받았고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니 당뇨환자가 먹어야 하는 것 위주로 먹었다가는 지레 우울증으로 죽을지 몰라 일단 좋아하는 것은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맘 먹으면서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조그만 걸어도 힘들더니 요샌 만보쯤은 거뜬히 걷는다. 그리고 2,3년 후쯤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려고 생각하고 있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힘들지 않은 산 두세시간 오르고 내려오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싫어하던 '운동'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요새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셔플댄스'와 '승마'다. 셔플댄스는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50대 중반의 어느 여성분이 멋지게 추는 것을 보고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줌으로 수업하는 과정이 있는 것을 알고 수강신청후 배우게 되었다. 가벼운 춤이 아니고 뛰는 동작이 많아 1분만 해도 숨을 헐떡거리고 땀이 비오듯 하는 춤이다. 이제 막 시작해서 동작이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재밌다. 불을 바라보는 불멍, 물을 보는 물멍, 파도치는 것을 보는 파멍 등 다양한 멍때림이 있는데 이건 완전 춤멍이다. 동작하나를 익히기 위해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 움직이다 보면 머리속 잡념이 다 사라지고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처럼 움직이다 멈추곤 한다. 

몇년전의 나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니다. 

 승마도 마찬가지다. 후배의 권유로 두번 정도 승마체험을 했는데 겨우 두번만에 승마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지금은 처음이라 교관님이 줄을 잡아주고 난 그저 말 등에 올라타고 말이 움직이는대로 내몸을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에 볼과한데도 말위에서의 평화로운 느낌이 장난 아니다. 이건 말멍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나, 말이 갑자기 화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에 적합하게 훈련된 말이어서 위험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생각보다 무섭진 않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운동이기도 하다. 뭔가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앞으로가 설레이는 활동은 또 처음이다. 

 셔플댄스도 그렇고 승마도 그렇고 체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어서 가족들과 지인들은 젊었을 때 했다가도 이젠 좀 정적인 운동으로 돌아설 나이 아니냐며 말리는 중이다. 나도 사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50대 중반에 새로 시작해도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믿고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좀 격한 운동 두개로 내 후반기 삶이 좀더 활력이 넘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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