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같은 말을 내뱉고
예쁜 말을 찾아 헤매고선
한숨 같은 것을 깊게 내뱉는 것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고서
다 괜찮다고 되뇌이다가
그렇게 잠에 드는 것
10년도 더 전에, 참 멋스러워보였던 사람이, 그래서 닮고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흉내내게 되던 사람이 그랬었다.
다른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는 건 반칙이야.
그 사람이란 문제집의 정답해설집부터 봐버리는 거랑 같은거니까
좋은 모양새로 인연을 다 한 사람이 아니어서 무던히 잊으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도 넘게 시간이 흘렀음에도 순간순간 그 사람이 했던 말들이 생각나고, 그 생각에 생각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시절인연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싶고, ”시절인연이라도,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고, 좋은 것들을 배워야한다.“싶다.
문득 떠오른, 그 사람의 말에 오랜만에 내 플레이리스트를 열어보았다.
화를 쏟아내는 용도의 롹과 랩이 가득하더라.
생각해보니, 최근 내가 음악을 듣는 시간은 일에 집중해야하는데, 주변 소리에 자꾸 정신이 팔릴 때가 대부분이었다. 나를 주변으로부터 가둬놓는 용도로, 업무에 집중하고싶을 때 음악을 듣다보니, 화를 쏟아내는, 속이 시원한 노래만 가득하더라.
그래서, 오랜만에 퇴근길에 이어폰을 꼽고 잔잔한 노래를 믹스업 으로 틀었다. 몸은 사무실을 벗어나지만, 핸드폰으로 계속 업무를 이어가기에 틀어둔 음악은 그냥, 배경음악일 뿐 무슨 노래가 나오는지도 사실 잘 몰랐다. 비슷한 계열의 음악들이 계속 나오는데, 그냥 멜로디가 잔잔하다는 느낌정도.
그러다 가사가 들리는 노래가 나왔다.
상처 같은 말을 내뱉고
예쁜 말을 찾아 헤매고선
한숨 같은 것을 깊게 내뱉는 것
노래가 오늘 내 하루를 말하는 것 같았다.
‘아는 노래인데, 뭐였지?’ 하면서 노래제목을 확인하고, ‘어디서 들었던 노래지?’ 기억을 더듬어보았으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멀어진 또 다른 시절인연이 곧 잘 부르던 노래와 참 비슷하다는 건 알겠다. 그 노래도 삶에 지친 하루를 적은 것 같은 노래였는데, 무슨곡인지 찾을 길이 없다.
나보다 서너살 쯤 어린 친구였다.
나랑은 참 다른 친구였다. 나는 다 찢어진 청바지에 나시티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그 친구는 레이스 카라에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달까.
내가 대중가요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그 친구는 인디음악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달까.
생각해보면, 난 그 친구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 친구 또한 나에게 큰 관심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서로 싫어하지않고, 적당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둘이서만 연락하거나 만나는 일은 없는데, 겹치는 친구들이 많아 늘 같이 있는. 그런 사이였다.
그 친구가 잘 흥얼거리고, 노래방에 가면 늘 부르던 노래였다.
그때의 난, 기운빠진 목소리로 힘없이 부르는 이 노래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이 노래 너무 좋지 않냐고 늘 말하던 그 친구를 바라보며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 친구가 스무살? 스물한살? 그 즈음 이었을테니, 나도 20대 초반? 혹은 중반이었을터이다. 세상 놀기좋아하고, 아무 생각 없었던, 아무 계획 없었던 때였다.
(물론, 지금도 비슷하긴 하다.)
흔히들 말하는 취업준비라던가, 공부를 한다거나, 무언가를 배운다거나…
그 모든 것들이 “노는 것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 것”인데, 난 노는 것을 포기할 수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까운 시간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시간을 돌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해도, 난 또 놀 것이다.
30대 후반에서야 이해가 가는, 공감이 되는 가사들을 누군가는 20대에 그것도 20대 초반에 이해하고 공감했다.
생각해보면, 난 계획도, 고민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어떻게 놀아야 좋을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았고, 그저 돈이 필요해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정직원 제안을 해서, 취업을 했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관심가는 것’을 하기 위해 취업했다.
‘해외에서 살아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특가표를 보고 비행기티켓을 지른뒤에 워킹홀리데이비자를 가까스로 받아 호주를 다녀왔고, 필요로해서 미국을 다녀왔고, 그저 하던 일이라 그 분야로 다시 취업을 했고, ‘영상편집’이 배워보고싶어 실업급여 받으며 학원을 다니다가, 다시 돈이 필요해서, 집에서 가까운 회사에 취업을 했다.
어떤 일을 하고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싶은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 어떤 것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10대에 진로를 고민하고, 20대에 취업을 고민했다면, 지금의 내 삶이 좀 달라졌을까?
고민하고 번뇌하며 삶을 살아갔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웠을까.
지금 알게 된 것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주변에 참 배울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을 좀 더 일찍 발견하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들을 내 동생만큼은 하지 말라고, 내가 아는 것을, 내가 지금 아는, 지금 알게된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고, 챙겨주게 된다.
내가 부모였다면, 내 자식에게 이러고 있었겠지.
그래서, 부모님들이 그렇게 잔소리를 했나보다.
더 늦기전에,
어떤 삶을 살고싶은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많이 배우고자 노력해야지.
2025년의 마지막 날,
2026년에는 예쁜말을 찾아 헤매이고, 예쁜말을 하는,
그런 내가 되고자, 하루하루를 살아내는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되기를 .
그러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