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주는 나무

겨울을 다오

by ohjoytree

혹독한 여름을 지나고

여름만큼 혹독할거라는 겨울을 준비하며

백 겹의 솜이불을 마음에 두른듯 하다.


홍시마냥 발개진 볼을 비비면서도

'그래도 겨울이 추워야지!' 추임세를 넣겠다했다.

그런데.... 올 겨울은 너무도 상냥해.


너무도 상냥해 언니네 마당에 묻어둔

수선화 구근에서 싹이 오른다

너무도 상냥해 과실나무에 때아닌 잎이 오른다.


겨울을 다오.

혹독한 겨울을 피했다고 마냥 좋지 않아.

세상 순리가 역리가 되지 않게.

철없이 올라온 새잎들이 더 이상

할 일도 못하고 사라짐이 없도록...


1월이 가질 수 있는

겨울 그대로의 차가움을 돌려다오.


추운 겨울 단단히 여며 한 겹 한 겹

속으로 물이 찬 노오란 수선화가

봄 되어 활짝 필 수 있도록.

서리에 고운 눈 덮고 휴식을 얻은

과수들이 달고 단 열매들을

자기 때에 내어줄 수 있도록 겨울을 다오.

겨울다운...씩씩하게 추운 그런 겨울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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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브런치입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뵐게요.


그림은 제 그림책 기쁨을 주는 나무의 한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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