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버텨낸 날들》1편

아버지가 수갑을 차고 떠나던 겨울

by 현서

그 해 겨울은 세상이 얼어붙은 듯한 기록적인 폭설이 무서운 속도로 몰아쳤다.

눈이 오지 않던 이 도시까지도 그 겨울의 위세에 굴복했다.


앙상한 철골과 부서진 벽돌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공사장 한편, 그곳에 작은 원룸이 있다.

나와 아버지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집이다.

벽지조차 제대로 붙지 않은 곳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따뜻함이 있었다.


그날 새벽, 아버지는 시장에서 돌아오셨다.

품속에는 고등어 한 봉지가 안겨 있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자반고등어다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며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주말 프로그램의 익숙한 소리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그 순간, 집중을 깨는 듯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덩치 큰 남자 네 명이 우리 집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어딘가 눅눅한 공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눈에는 절망, 슬픔, 당황...

그리고 내가 모르는 어떤 감정들.

말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눈빛은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남자들 중 두 명은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을 거라고.


화장실 문이 닫히자 작은 공간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그제야 문 틈 사이로 아버지와 남자들의 목소리가 울림처럼 스쳐왔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들을 수 없었다.

모든 소리는 마치 벽에 부딪혀 사라지는 메아리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얼마 후, 노크 소리가 다시 울렸다.

문이 열리고 남자들은 아버지를 데리고 나갔다.


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늘 그러셨듯 아무 일 없는 얼굴로 말했다.

"괜찮다, 조금만 기다리면 와, 티브이 보고 있어."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아버지 손목에 차갑게 빛나는 은색 수갑을 보았다.

그 차가운 금속이 내는 차가운 냉기가 작은 우리 집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한 시간, 두 시간...

텔레비전 속 화면은 점점 무감해지고,

이제는 재미없는 뉴스만이 덤덤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다림은 점점 공포로 변했다.

이유도 모를 두려움이 가슴 깊숙이 차올랐다.


처음엔 눈물만 뚝뚝 떨어졌고,

이내 참지 못한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엉엉,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의 크고 헐거운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발은 어느새 공중전화박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눈발이 섞인 공사장의 모래가 슬리퍼 안으로 들어와 발바닥을 차갑게 감쌌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진 그 순간 떠오르는 번호는 단 하나였다. 누나의 번호.

나는 떨리는 손으로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가슴은 점점 더 조여왔다.


"누나... 나야..."


울음이 묻힌 목소리가 간신히 터져 나왔다. 그리고 누나의 숨죽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 엄마도... 아저씨들이 데려갔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수화기 속은 울음으로 가득 찼다. 누나의 흐느낌 나의 오열이 서로 뒤엉켜 전화선을 타고 울렸다.

서로 말없이 울기만 했다.

그 순간, 세상은 너무 조용했고 동시에 너무 시끄러웠다.


그 해 겨울은, 정말이지 기록적인 한파였다.





10살의 나에게,


그날 밤 얼마나 무서웠는지 나는 기억해.

차가운 바닥의 냉기 그리고 하얗게 얼어붙은 눈발까지,

그 모든 것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때 너는 그저 작은 아이였어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그날의 너를 지켜보고 있어

나는 너를 떠나지 않았고, 너를 버리지 않았어.

네가 느꼈던 공포와 슬픔을 나는 기억하고 부정하지 않을게


오늘 밤, 네가 잠들 때 네 곁에 있을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32살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