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버텨낸 날들》7편

잊을 수 없는 여름, 소중한 엄마와의 이틀

by 현서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부모님을 본 적이 없었다.

아빠와 엄마는 교도소에 있었고,

그 후로는 편지로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엄마는 면회도 거부하였다.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나는 점점 엄마의 얼굴을 잊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엄마가 모범수로 선정되어 이틀 동안 외출을 허락받았다는 것.

편지에 적힌 그 글자를 몇 번이나 되뇌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설렘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여름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던 어느 오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파란 셀로판지가 붙은 미닫이문을 열자 낯선 신발이 놓여 있었다.

순간 알아차렸다.

오늘이구나. 엄마가 오는 날.


괜히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서두른 발소리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문이 열리고, 그토록 그리던 얼굴이 나타났다.

엄마였다.


나는 말 한마디 못 하고 그저 눈물만 쏟아냈다.

엄마 품에 안기자 긴 세월 쌓아둔 그리움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렸다.


“우리 아들…”


엄마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더 세게 엄마를 끌어안았다.

십 분이 넘는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뭐 먹고 싶어?”


엄마가 물었다.

나는 머뭇거리다 문득 떠올렸다.


“김치찌개…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갔다.

냄비에서 기름이 지글거리고 양파와 마늘이 볶아지는 소리가 퍼졌다.

나는 엄마 옆에 앉아 꼼짝 않고 그 뒷모습만 바라봤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게 엄마구나.”


멀고 낯선 단어였던 엄마가 따뜻하고 살아 있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직접 내 앞에 놓아준 밥 한 숟갈,

그 순간의 행복만은 선명하다.


저녁 무렵, 누나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누나는 말없이 엄마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앙 다물었다.


“배고프지? 얼른 먹어.”


엄마의 목소리가 미안함으로 젖어 있었다.

누나는 아무 말 없이 김치찌개 국물에 밥을 말아 퍼먹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가슴 아프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 고여왔다.


세 사람은 그렇게 밥을 먹고,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어갔다.

웃음과 울음이 뒤섞이며 밤은 깊어졌다.


이틀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엄마가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차에 오르기 전 엄마는 우리를 꼭 끌어안았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나올 거야.”


그 말이 믿고 싶었지만, 멀게만 느껴졌다.


차가 출발하자 엄마는 차문을 열고 끝없이 손을 흔들었다.

멀어지는 차 안에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우리는 차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남겨진 누나와 나는 묘한 감정에 잠겼다.

그럼에도 행복했던 마음이 뒤엉켜 가슴속을 어지럽게 휘저었다,


오랜만에 진짜 엄마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날은 잊을 수 없는 여름날이 되었다.






중학생의 나에게


엄마와 함께한 오늘의 기억은 네 평생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야.
앞으로 힘들 때마다 이 하루가 너를 지켜줄 테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


32살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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