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사이렌
배가 처음 아프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소화가 안 된 줄 알았다.
밥이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고, 열은 쉴 새 없이 치솟았다.
그래도 어린 마음에 그냥 잠이나 자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누나 침대 밑에 이불을 깔고 배를 움켜쥔 채 누워 있었다.
텔레비전 불빛만 깜빡이는 방 안에서 그렇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날 새벽, 더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이 몰려왔다.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찢어질 듯 아팠다.
기어서 누나 방으로 들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누나…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순간 누나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들던 손이 떨렸다.
곧이어 119 구급차의 사이렌이 새벽 골목을 울렸다.
응급실 침대 위에서 나는 온몸이 불덩이 같았다.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이제 왔어요? 맹장이 터지기 직전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술실 불빛 아래로 몸이 옮겨졌다.
“열까지 세 보세요.”
하얀 천장 아래, 차가운 기계음이 들리던 공간에서 간호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번졌다.
“하나, 둘…”
“셋—”
거기서 기억은 뚝 끊겼다.
눈을 떴을 때 낯선 하얀 천장이 먼저 보였다. 배에는 묵직한 통증이 남아 있었고,
낮 시간의 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 기계음만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나는 혼자였다.
저녁이 가까워져서야 병실 문이 열렸다.
학교를 마치고 달려온 누나가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그 안에는 대충 싸 온 세면도구와 간단한 먹을거리가 들어 있었다.
누나는 말없이 내 옆에 앉아 물을 따라주었다. 그 물 한 모금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일주일 뒤, 퇴원 전날 저녁. 누나는 구겨진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다.
“짐 무거우니까 내일 택시 타고 와.”
짧게 건넨 그 말속에는 애써 감춘 걱정이 묻어 있었다.
다음 날, 손에 꼭 쥔 그 지폐 한 장은 이상하게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 무게는 돈의 무게가 아니라, 새벽의 사이렌 속에서 함께 떨던 마음의 무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