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오해받는 게 억울한 디지털 노가다꾼의 원성
기자를 그만둔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간 무슨 일을 했지..? 싶은데 벌써 1년이 지나다니.
그 사이 나는 우리 집 프리랜서가 돼있었다. 잘 포장해서 프리랜서지만 마치 당근마켓에서 '벌레 잡아주세요, 1만 원 사례합니다', '변기 뚫어주세요, 1만 5000원'같은 느낌이랄까.
다행히 벌레, 변기 따위는 아니지만 '조카 봐주기', '엄마 병원 같이 가기', '가족 여행 일정 짜기' 등 집안 (대)소사에 이리저리 불려 다닌다. 물론 나도 일을 하고 있다. 출근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데 가끔씩 가족들이 부탁 아닌 통보를 해올 때는 나도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집에서 놀고 있으니, 좀 도와달라'는 뉘앙스로 일정을 통보할 땐 차라리 출근을 해서 그런 오해를 차단하고 싶기도 하다.(아 물론 출근보다 오해가 낫긴 하다)
어느 땐 집 책상으로, 어느 땐 단골카페로 출근을 한다. 하지만 나도 나름의 루틴이 있는 'J형' 인간이라 그 루틴이 깨지면 집중이 되지 않고 꽤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전에는 온라인 셀러로서 주문처리와 발주를 한다. 그리고 추가 사업자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 자격증 공부를 한다. 오후에는 틈틈이 상세페이지를 다듬거나 추가 아이템을 찾는다. 그리고 외국에서 론칭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영상이나 게시물을 만들고 외국 사이트도 점검해 준다.
또 사이사이에 유튜브를 보면서 요즘 핫한 AI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봐준다. 요즘 ChatGPT에 빠져 이것저것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글쓰기 관련 전자책 집필을 진행 중이다. 이것 또한 틈틈이 해준다. 그러다 보면 해가 진다. 해가 지면 왠지 일을 하기 싫다. 해가 지면 그날 계획한 것 중 못다 한 것을 깨작깨작하다가 7시 혹은 9시에 진행하는 줌 강연을 듣는다. 주로 사업관련 포럼이나 강의들이다.
그리고 일주일 중 하루는 영어회화 스터디, 주말 하루는 북스터디에 참여한다. 자기 전에 누워서 책을 읽다 잠이 든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이 패턴을 반복한다. 사실 이건 컨디션이 좋을 때의 하루이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후회하고 주문처리를 하고 누워서 해가 질 때까지 유튜브를 본다. 이건 한 달에 한 번 생리 전 PMS가 극심할 때 3일 정도..?
아무튼 내 일상은 이렇게 굴러간다. 가족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여전히 잘 모른다. 설명해 줘도 이해를 하지 못해 그냥 '무언가를 하고 있고, 입에 풀칠은 하고 있구나' 정도로 알고 있다. 그래서 백수 취급받는 것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나도 1년 동안 설명했더니 이제 좀 지쳐버렸다. 항상 바쁜 백수입니다.
아니, 그래도 엄마!
나도 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