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여정 8

엄마로서의 나

by 오싸엄마




곧 7살인 첫째의 방학기간,

미술학원 가는 것 말고는 큰 일정이 없기에

중간중간 놀거리를 준비했다.


동생과 함께 키즈카페도 가고, 쿠킹클래스도 예약했다.

그리고 곧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 두 번째 쿠킹클래스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에 동생을 어린이집으로 배웅해 주고 아직 시간이 있길래

집에 와서 여유를 즐겼다.

빨리 가고 싶어서 얼른 가자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집안일을 하고, 나갈 준비를 하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장 볼 것을 추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첫째에게 방학숙제인 선생님께 편지 쓰기를 하고 나가자고 했다.

3일째 계속 편지 쓰자고 말을 했는데, 하고 있지 않아서 이날은 편지를 써야 나갈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이의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내 옆에 앉아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한글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기에(그래도 또래에서 빠르게 익힌 편이다.)

모르는 글자는 물어보되, 내용은 스스로 써보라고 했다.

아이가 쓰기 시작했고, 모르는 글자는 물어보기에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슬쩍 보니 글자가 틀렸다고 엑스표시를 해놓았길래,

그럼 이건 연습종이로 하고 다 쓰면 이 종이를 보고 제대로 써보자고 했다.


그런데 아이의 태도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딱 보아도 하기 싫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이에게 말했다.

이건 해야 할 일이니,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연습종이만 쿠킹클래스 다녀와서 편지지에 옮기자고.


'선생님, 사랑해요'를 쓰고 나서 더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하나만 더 써보자고 했다.

아이는 뒷장으로 넘겨 무언가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에 내용과 똑같은 걸 쓴 게 아닌가?

그러고선 하는 말이 앞에 쓴 것과 뒤에 쓴 것을 합쳐서 한다는 것이다.


"앞에랑 뒤에랑 똑같은 걸 썼는데, 그럼 두 번 쓰겠다는 거야?"

아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틀린 글자를 지적하고, 아이의 성의 없는 태도를 지적했다.

그리고 이거는 연습이니 다녀와서 제대로 하자는 말의 의미를 아이가 모르는 것 같아 점점 화가 났다.


두, 세 번 알려주었다.

나는 내가 말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되었다.

그럼 아이가 이해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는 자꾸 다른 말을 했다.

그러면 나는 더 화가 났다.



쿠킹클래스에 늦었지만 이대로 멈출 수가 없었다.

한번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번엔 아이에게 설명해 보라고 했다.

아이는 아직 미숙한 자기만의 언어로 열심히 설명했다.

내가 너무 윽박을 질러서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나 빨개진 눈을 하고서 말이다.

아이의 설명을 들으니, 대충 이해한 것 같았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얼른 쿠킹클래스로 향했다.

집 앞에 있는 곳이라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뛰어갔다.

가면서 아이에게 윽박질러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도 자신의 태도에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아이가 선생님과 요리를 하는 동안 영문 모를 찝찝함을 안고서 장보기를 마무리했다.

수업이 끝나고 데리러 가니, 선생님께서 아이를 많이 칭찬해 주셨다.

아이의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어머님이 너무 엄격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셨다.

가슴이 콕콕 찔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실직고했다. 그런 것 같다고.

예의범절이나 태도에 대해 엄격하게 하는 것 같다고,

오늘도 그런 부분에 지적하다가 늦은 거라고 말이다.




선생님께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찝찝함의 정체를 알았다.

아이가 아닌 나의 태도가 문제였다.


1년 후면 학교에 들어갈 아이라는 생각에 최근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가만히 있을 줄 아는 것, 귀 기울여 듣는 것,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일일이 도와주지 않으니 스스로 하는 법 등 말이다.

나는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이야기하고 타이르는 데,

이번일을 겪고 나서 '강요한다'는 아닐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못할 수도 있지'라고 말을 하면서도

막상 아이가 그런 모습이 보이면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과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경쟁에 취약한 아이이기에 '잘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이가 한 살, 한 살 커갈수록 엄마의 자리가 버거워진다.

그 무게가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도 매번 생각한다.


엄마로서 나의 태도는 몇 점일까?

잘하고 있는 걸까? 무엇을 고쳐야 할까?

엄마도 엄마학교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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