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육아일기를 썼다.

셋째 아이가 생기고 시작하는 육아일기

by 어린아저씨

엄마는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육아일기를 썼다. 플라스틱 커버가 있는 주황색 스프링 노트인데, 지금은 안 본 지 꽤 되었지만 어렸을 때 엄청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읽어볼 수 있으면 예전과 또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육아일기가 있다면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나나 내 아내는 첫째, 둘째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쓴 육아일기가 없다. 요즘은 그래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게 숨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라 그 순간순간의 아이들이나 우리의 모습은 비교적 잘 담아두기는 하지만 뭔가 아쉬운 게 있다면 그 당시의 감정이나 생각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잊히지 않도록 박제시키고 싶은 순간들을 만난다. 그 순간들은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한 번씩 반짝이듯 지나간다. 이를테면 아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가 밋밋했던 일상 중에 나를 미소 짓게끔 만들거나 새삼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소중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특성상 언젠가는 없었던 일처럼 잊어버린다. 아직 내가 늙었다고 말할 정도의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서히 나타나는 퇴화의 증거인지,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뇌 용량의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망각의 속도가 시간이 흐르는 만큼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빨라짐을 느낀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더 늦기 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만들어낸 기억을 글로 남겨서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추억의 저장소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언젠가 잊히고 말 것이고 자신의 잊고 살아가던 시절의 모습과 경험을 차곡차곡 모아서 선물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훈육자, 보호자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내가 그들을 보고 아이들도 나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서로를 더 마음을 열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과의 추억의 적금을 착실하게 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