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아가 덕에 드라이브란 걸 해봤다

7주 차 - 엄마는 입덧 중

by 어린아저씨

아내와 갑자기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자가용을 사람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으로 생각해온 나와 아내에게 드라이브는 조금 생소하다. "드라이브나 가볼까?"라는 말을 해본 적이 결혼 생활은 물론 연애할 동안에도 내내 없었던 것 같다.


아내가 입덧 중이라 많이 불편해하는 중이다.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쓰럽고 서로의 동의를 거쳐(?) 잉태된 셋째 아이이지만 아내에게 왠지 잘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 입맛이 없거나 속이 불편한 아내가 먹을 만한 게 있는지 물어보고 찾아보고, 안부 전화를 예전보다 더 하고, 아내가 하다가 멈춘 집안일을 마무리하는 정도가 내가 찾아낸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처갓집에 있는 동안에도 아내가 힘들어해서 바람이나 쐬러 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늦겨울비 내리는 날 찬 바람이겠지만, 답답했는지 우리는 애들을 장모님께 부탁드리고 차에 탔다.


드라이브는 처음이라 어떤 기준으로 행선지를 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었다. 비도 꽤 오고 애들을 맡겨놔서 멀리 가지는 못하겠고, 그나마 처가에서 가까운 두물머리에 가보기로 했다. 속이 답답할 텐데 건물과 차와 사람이 빼곡한 곳보다는 물이랑 나무가 있는 풍경을 보려면 어쨌든 서울 중심의 반대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중 가장 가까운 편이면서 이름을 들어본 곳이 두물머리였다. 핫도그 유명한 거는 알고 있었다. 원래 먹는 거 좋아한다.


여러모로 신선한 나들이였다. 아이들도 없었고, 비 오는 날 굳이 차 타고 나갔고, 꽤나 갑자기 간 것도 그렇고, 행선지가 목적이 아닌 것도 그랬다. 다행히도 짧게나마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내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짧은 산책, 카페 그리고 차 안에서 핫도그. 셋째 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전 두 번의 임신기간에 비하면 아내를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도 하면서도 과거의 그녀에게는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뒤늦은 미안함이 들었다. 힘든 아내에게는 조금 눈치 없을지도 모르지만 색다른 드리이브의 추억을 만들어준 우리 셋째 아가에게 고맙다. 이제 진짜 뭔가 시작된 것 같다. 엄마의 입덧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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