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 원래 이렇게 서윗했었냐?

8주 차 - 딸의 한마디에 심쿵했버렸다

by 어린아저씨

나는 출근 시간이 엄청 이른 편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요즘은 아침에 회사 근처에서 운동을 하려고 헬스장을 끊어놔서 운동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서는 편이다. 요즘 참 감사하게도 그게 된다. 그러다가도 사람 컨디션이나 상황이 한결같지 않기 때문에 너무 잠이 고프면 조금 더 자고 1시간 반 정도 늦게 나가곤 하는데 오늘도 그러했다.

오늘 아침은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으나 다행히 신체 시계가 작동해준 덕분에 회사에 지각하지 않을 시간에 눈이 떠졌다. 일찌감치 운동은 포기했으나 회사에 바로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시간. 스트레칭인지 뒹굴거리 기였는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을 조금 하다가 갈 준비를 하려고 화장실에서 씻고 있는데 발소리가 들린다. 임신 중이라 화장실을 자주 가는 아내가 벌써 일어났구먼 하고 돌아봤는데 첫째 딸내미이다. 잠이 덜 깼을 텐데 나를 보고 빙긋 웃어준다. 아빠 회사 가냐고 묻길래 이제 곧 갈 거라고 대답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쉬 하려고 일어났냐고 물어봤다. 아빠 다 씻었으니 쉬하라고. 돌아온 아이의 대답. "아빠 보려고 온 거야, 나 다시 잘거야" ......심장에 강펀치가 한 대 꽂힌다. 유유히 방 안으로 사라지는 딸.

녹아버렸다 진짜. 황홀하다고 할까 황송하다고 할까. 우리 첫째 아이는 애교가 많거나 여우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솔직 담백한 편이다. 그걸 녀석의 말이라 더 감동을 먹었나 보다. 아이들과 있다 보면 아이들이 툭툭 던지는 사랑 표현에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얻어맞는 듯한 경험을 종종 하는데, 이번에도 당했다. 자고 있다가 인기척이 들려서 아빠일 것 같아서 자다 깨서 얼굴 보고 인사하고 다시 잤다는 거잖아? 이런 로맨티시스트가 어디 또 있을까. 아침 출근길에 정말 큰 에너지를 받고 나갔다. 그 에너지 야근할 때까지 썼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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