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탄생을 기념해주는 사람들
8주 차 - 생일상 받고 감동받은 썰
내 생일날 아내는 두 번째 초음파 사진을 찍으러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이미 두 번의 출산 경험이 있지만 다 잊혔는지 모든 것이 새로운 느낌이다. 최근에 갔을 때 아기 심장소리를 들려줬다고 하는데 (나는 같이 가지 못했고, 첫째 아이가 동행했다) 1센티미터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세포분열을 해서 사람이 된다는 얘기는 지겹도록 들어왔지만, 진짜 생명의 탄생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힘들어하는 엄마를 돌보느라 아이에게는 큰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표현 그대로 알아서 쑥쑥 크고 있었다. 고맙다.
가정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우리 집은 기념일은 최대한 챙기는 가풍을 엄마가 주도하셨다. 모든 가족 구성원의 생일은 당연하고 나와 동생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까지 챙겼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기는 알지만 그냥 날짜로만 기억하고 축하는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무언가를 기념할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거나 감사를 표하는 것도 사실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생신, 결혼기념일, 어버이날에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조금이라도 다르게 써보려 하다가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챙김 받은 기념일도 많기에 결국은 글을 짜냈던 것 같다. 덕분에 가족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훈련이 잘 되지 않았나 싶다.
집에 일찍 오냐고 아내가 물었다. 생일이다 보니 야근할 일이 있어도 급하지 않으면 미루겠다는 마음을 일치감치 먹고 퇴근했다. 도착하니 미역국이 끓여져 있었다. 요즘 아내가 입덧 때문에 밥하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있기에 밥상 앞에 앉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그린 그림, 내 생일이라고 만든 클레이에 용돈이라고 2천 원을 챙겨줬는데 올 생일은 내가 유독 감성적인가? 가슴 깊은 곳이 너무 뜨뜻해졌다. 결혼과 출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과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돌보는 일에 막연히 자신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내가 느끼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내가 받는 사랑이 주는 사랑보다는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여담이지만 나도 아이들의 사춘기는 두려움이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 간에 기념해줄 날도 많아지고 같이 만들 추억도 더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