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이렇게까지 많이 커졌었구나

35주 - 새삼스래 느낀 인체의 신비와 엄마의 수고

by 어린아저씨

출산까지 20일 조금 더 남은 아내의 배를 만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인간은 뱃 속에 아이를 품어야 하는걸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알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니면 신체 일부가 떨어져나가서 새로운 생명체로 탄생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 방법들에 비하면 임신은 너무 수고로운 것 같다. 뱃 속에서 아이를 길러 낳는 것은 사람이 걷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만약 외계 저편에 다른 방식으로 번식하는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인간의 이 희생적인 번식 방법을 신비롭고 숭고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기를 뱃 속에 품어서 키우는 일은 너무 힘든 일이다. 남자인 나로서는 상상도 안된다. 내 몸 속에 또 다른 생명체가 살아서 존재하고 있다니. 움직이기 까지한다. 이미 오장육부가 가득 메우고 있는 이 공간에서 성장을 하고, 그만큼 사람 몸이 그걸 버텨내는 것을 보면, 상식이라는게 부서지는 것 같다. 배가 이렇게까지 늘어나나? 이렇게 늘어나고 나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하긴 세포 두개가 만나서 사람이 되는 것도 경험해 봤는데, 이정도 쯤은 놀랄 일도 아니지. 그런데 다 놀랍다.


출산 막달이 된 아내의 배를 보니 정말 크다. 정말정말 크다. 이미 세 달 전 쯤부터도 크다고 느꼈는데 계속 커진다. 셋째라서 그런가? 이번에 배가 엄청 빨리 부르는 기분이다. 아내는 이제 오래 앉아 있는 것 조차 힘들어 한다. 저번 달이랑 체력 소모가 이미 다르다. 너무나 당연하다. 10키로쯤 되는 쌀포대를 배에 데고 테이브로 칭칭 감고 몇 달을 지낸다고 상상해보자. 살이 찐 것처럼 이 무게가 몸 여기저기에 분산이 된다면야 덜 힘들지도 모르지만, 배에만 이 무게가 다 쏠려버리면 허리가 버텨내지 못할 것 같다. 10개월을 온전히 품고 있는 것 만으로도 엄마의 모성애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이쯤되니 셋째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도 너무 궁금하고, 아내도 빨리 이 육체적인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후에 가장 체력적으로 더 힘든 신생아기와 또 아이가 성장하며 부모가 겪어야 하는 다른 류의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 고생 저 고생 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감당해야지 뭐. 둘 쯤 키워보니 아이가 줄 수 있는 행복의 크기도 알기에 그 기대감도 크다. 아기와 엄마 모두 남은 며칠만 더 고생하자. 아빠는 엄마 밥이나 좀 챙겨주면서 기다릴게.

매거진의 이전글할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