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34주 - 아들의 새로운 말버릇

by 어린아저씨

왜병이라는 병이 있다. 세 살 전후의 아이들이 주로 걸리는 병으로 증상은 “왜?”를 끊임없이 남발하는 병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치유되는 병이기 때문에 다행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이를 겪어본 많은 부모들이 힘겨워하고 난감해 한다.


우리 두 아이들에게는 이 병이 비켜갔다. 둘 중 아무에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남들이 거의 다 겪고 지나가는게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으니 괜시리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까? 내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세례에 멋지게 맞서서 이겨보고 싶었는데 나에게는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별로 궁금한게 없었나?)


코로나도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겨나는데, 다섯 살 우리 아들내미에게 왜병의 변이로 추정되는 증상이 최근 발견되었다. 우리 가족은 이를 “수 도 있지 병”으로 명명하기로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팩트나 들은 이야기의 예외성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 이 병의 증상이다. 실사례는 다음과 같다. “그런데 어른보다 힘 쌘 어린이가 있을 수도 있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 100명이 아닐 수도 있지?”, “늦게 자도 내일 잘 일어날 수도 있지?” 보통 "그런데"로 시작해서 "수 도 있지?" 로 끝맺음된다.


겪어보니 왜병에 비하면 부모입장에서 대응 난이도는 낮은 편일 것 같다. Yes or No로 단답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질문 자체가 예외 상황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을 모르더라도 큰 부담이 없는 편이다. 지금 우리 부부는 이 질문의 귀여움에 심하게 노출되어서 전염까지 되어버렸다. 아들에게 우리가 똑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하거나, 아내랑 내가 서로 끊임없이 티키타카를 하기도 한다."그런데 다른 반찬도 먹어 볼 수도 있지?”, “ 아빠가 엄마보다 더 좋을 수도 있지?”, “둘째 하원할 때 픽업하는 걸 까먹을 수도 있지?”, “그러면 혼날 수도 있지?” 이런 식이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희한한 말버릇에 괜시리 웃을거리를 만들어주었다. 또 재밌는 말버릇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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