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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Feb 21. 2022

아이는 아프면 확 큰단다. 아마 부모도

[10살 딸] 해본 것과 안 해본 건 다르다

오래간만에 반가운 친구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 이 팬데믹 상황만 아니라면 더 자주 만났겠지만 인원 제한 때문도 그렇고 혹시나 싶어 사람 많은 곳을 가는 게 조심스럽긴 했다. 내 주변 지인들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올해 들어서 미뤄왔던 결혼식을 올리는지, 결혼 소식이 많다. 좋은 일이다.

토요일 저녁 나는 청첩장을 받기 위해 출근거리를 나섰고, 친구가 예약한 식당에서 내 눈에만 그럴지 몰라도 변함이 없는 동창 몇 명과 함께 아주 맛있는 식사를 했다. 

식사한 지 한 시간쯤 지났는데 카톡이 왔다. "첫째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네. 힘들어서 방에 들어가 누웠어." 

그날 우리 가족은 코로나 자가검사를 했었다. 장인어른께서 당일 PCR 양성이 확정되셨는데, 장모님이 수요일에 우리 집에 다녀가셨어서 정말 혹시 몰라서 해봤는데 모두 음성이었다. 장인어른도 다행히도 아직은 힘든 증상을 겪으시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주말을 맞아 처갓집에 가려고 했던 계획도 취소되었다.

가슴이 답답하다면 코로나인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검사 결과를 신뢰하자면 그건 아닐 것이다.(사실 왠지 100% 신뢰는 가지 않는다) 축 쳐진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증상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 일단 식사를 이어 나갔다.

저녁을 다 먹고 9시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언제쯤 올 거 같아?". 다들 집이 아주 가깝지는 않아서 곧 헤어질 분위기였다. "첫째가 토했어. 장염이면 응급실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작년 이맘때쯤 딸아이가 장염에 걸려서 입원했었다. 자다가 깨서 토를 했는데, 그때는 그 새벽에 어린애가 스스로 병원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사실 가서 장염을 확진받고 약을 타 온 것이 전부였다. 다음날 어린이 전문 병원에 입원을 해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한번 경험한 바로는 응급실에서 받은 응급 처치는 딱히  없었다.

이번에도 장염이려나… 아내 말로는 아이가 경험을 한 번 해서 그런지 응급실 가고 싶지 않다고, 입원하기 싫다고 하며 울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싫다. 웬만하면 아침까지 간호하면 버티다가 아침이 되면 바로 어린이 병원에 1등으로 가야겠다고 결정을 했으나, 반드시 장염은 아닐 수 있으니 가서 살펴봐야 했다.

들어가는 길에 혹시 몰라서 이온음료를 샀다. 집 안은 조용했다. 아내와 인사를 하고 딸을 보니 조용했다. 아내 말로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깨어 있었는데 방금 잠이 든 것 같다고 했다. 너무 괴로우면 잠도 안 올 텐데,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딸은 상태가 좋았고, 아마 급체를 했던 모양이다.

엄마 아빠는 밖에도 마음 편하게 나가 있지 못한다. 가족이 많은 만큼 생활에 변수도 많다. 언제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 가족 구성원 수만큼 함께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많다. 딸이 장염이 아니어서 다행히도 병원에 가지 않고 끝났지만, 한 번 겪어봤다고 작년에 비해  의연하게 대처하는 나를 보고 괜히 헛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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