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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Mar 20. 2022

코로나가 결국 휩쓸고 지나갔다

코로나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

우리 가족에 코로나라는 폭탄이 투하되었다. 첫 타자는 나였다. 2월 말에 걸려서 방 한 구석에 콕 박혀 지냈다. 우리 가족들 방역 정책에 따라 세상으로부터는 격리해야 했다. 나도 그렇고 가족들도 서로 간의 접촉을 조심해서 다행스럽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전염시키지 않고 격리 해제를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과연 그게 다행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다시 일상을 회복한 후 한 주까지는 평온히 지나갔으나 그다음 주를 시작할 때, 둘째 아이가 밤새 고열을 앓았다. 코로나와의 2차전의 신호탄이었다.


그날 아침에 유치원을 가야 해서 자가검진을 했는데 음성이 나왔었고, 저녁 전까지는 별로 아픈 티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병이 걸린 건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서 시행했을 때는 양성이 나와서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최종 양성으로 확진이 되었다. (이 패턴은 내가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와 완전 동일해서, 나는 자가진단키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가 확진된 것은 어른이 확진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어른이 확진된다면 스스로 격리시키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일단 몸이 아프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밀접하게 돌봐야 한다. 몸이 아픈 시기가 지나간다고 해도 아이를 격리시켜서 혼자 생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농담 삼아 아내나 나나 나를 첫째 아들이라고 부르는데 이번 계기로 나는 혼자 격리가 가능한 어엿한 성인임을 증명했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에게 항복을 선언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걸리지 않았던 엄마와 다른 두 아이도 걸릴 수밖에 없음으로 결론짓고 평소와 같이 생활하기로 했다. 다만, 격리 기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기술과 서비스의 발달로 격리하기에 아주 불편한 환경은 아니지만 원할 때 자유롭게 집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강제적인 격리는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둘째 아이가 걸린 김에 한 번에 걸리고 지나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전염은 생각보다 바로 진행되지 않았다. 둘째가 확진된 이후 5일 정도 지나서야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차례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내가 예상했던 좋지 않은 시나리오대로 우리 가족들의 격리 기간은 그만큼 더 늘어났다. 격리기간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코로나라는 병 자체도 우리에게는 경미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번에 코로나에 걸린 나를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비슷한 패턴의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 하루 이틀 정도는 고열이 심하게 나서 몸이 축 쳐져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첫째는 심할 때 열이 40도도 넘었는데, 이 고열 기간에는 해열제도 잘 듣지 않았다. 혹시라도 중증으로 넘어가게 되면 입원을 할 수 있는지, 병상이 모자라서 치료를 못 받게 되는 건 아닐지, 이런저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코로나를 통해 6개월도 안 된 어린 아기를 키우는 것, 세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다시금 깨달았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번 주에 나는 직장에서 바쁜 기간이 겹쳐서 회사 일에 신경을 조금 더 썼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아내가 코로나로 한 이틀 심하게 힘들어하니 가족들을 돌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을 제대로 경험했다. 코로나 전파가 심해져서 재택근무가 시행이 되어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더 허락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우리 막둥이가 코로나 막차를 타고 고생하고 있다. 고열은 지나갔는데 콧물이 심해져서 더 고생 중이다. 아이가 아프면 안쓰럽기 마련이지만, 아기가 아프니 걱정의 무게가 확실히 다르다. 마음으로만 힘든 것이 아니라 자칫 잘못될 수도 있지 않을까 겁이 난다. 6개월도 안 된 아기가 자다가 코가 막히는지 캘록거리다가 앵~하고 무섭게 운다. 엄마 아빠는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를 어깨에 기대어 앉은 채로  앉은 채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를 피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보면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긴 하다. 하지만 막상 우리 집을 휩쓸고 지나간 모습을 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무 우습게 봤다. 잘 회복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이런 전염병이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기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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