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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Aug 22. 2016

[여행에세이] 졸린데 자긴싫고

029. Everything i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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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떠나 스위스의 바젤을 거쳐 인터라켄에 도착했다. 

기차에 내려 캐리어에 손을 얹었다. 
무거워진 캐리어와 캐리어만큼 무거워진 내 몸은 
이미 지쳤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목적지인 그란 델 발트까지는 기차를 한 번 더 갈아 타야하는데
11월 스위스는 비수기 맞춰 철도 공사로 분주했다.
그 공사로 인해 그란 델 발트까지 가는 나의 기차는 없어졌고, 
그란 델 발트에 가까이 가는 버스를 태워줄테니 거기서부터는 알아서
숙소까지는 걸어가면 된다고 역무원은 시크하게 말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시계를 보니 _여섯시
기분 탓인지 하늘이 무척이나 깜깜해보였다.
성수기 때는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늘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을 식당들이 
이젠 관심 없다는 듯 불을 모두 꺼버려 마을엔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이 버스 타는 곳은 가까웠고, 버스에 올라탔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저 무거운 캐리어만 나와 떨어지지 않게 태우면 되는데, 
막막해지려는 마음을 심호흡으로 감추고는 눈을 질끈 감고 캐리어를 올렸다. 

"뭐지? 너무 가벼운데?" 
눈 깜짝하는 순간 나의 캐리어는 버스에 탑승했다.

"Everything is good?"

당황한 나는 앞을 보았다. 
체격 좋고 듬직해 보이는 한 남자의 친절한 손이 내 캐리어에 얹어졌고, 
마치 클러치를 들은 듯 아무렇지 않게 올려주고는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세상 저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 지금 저 사람이 나에겐 신이다.

"Are you ok? Everything is good?"
순간, 눈물이 핑 돌 뻔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도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고, 우린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부인이랑 자주 여행을 다닌다고했다. 
아무래도 여자들은 캐리어가 엄청 무겁다면서 
나는 무안했지만 부정할 수는 없어 웃었다.
그렇게 그란 델 발트까지 아니 이 말을 시작으로 즐겁게 스위스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로도 이 따뜻한 말은 스위스에 있는 동안 몇 번 더 들을 수 있었다.
융프라우에서 맛있는 맥주를 주셨던 풍채 좋은 아주머니에게서도
가는 날 걸어서 5분거리인데도, 굳이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던 친절한 호스텔직원분께도
 교통비를 아끼겠다며 무모하게 시작했던 하이킹 중 마주친 
여러 스위스 사람들에게서도 웃는 얼굴로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더욱 단단히 나를 채찍질할 수 있었던 그 말
Everything i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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