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여행이 준 일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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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오기 전 핸드폰을 정지시켰다.
이유모를 원인들로 묘하게 나를 긴장시켰지만
연락을 할 수 없다는 건
연락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묘하게 마음 편해지는 일이였다.
물론 불편한 건 감수해야했다.
첫 삼일 동안은 낯선 언어들 낯선 풍경들 사이에 혼자 있으니
더욱 생겨 오르는 몽글거리는 감정들을 말할 수 없어 답답했다.
전화요금 따윈 걱정하지 않고, 그냥 그에게 전화할까?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방금 내가 시킨 이 피자가 얼마나 맛이 없는지
지금 내가 사려는 이 물건이 꼭 필요한 것일까? 에 대한 그의 의견이 듣고 싶었고
내가 고른 이 속옷의 색깔이 그도 좋아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이 모든 환경에 차츰 익숙해지며,
순간의 감정들에게 벗어나 깨끗해졌으며
계속해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되니 편안해졌다.
늘 순간에 감정에 치우쳐 놓쳐버린 진짜 나의 마음
한 템포 쉬고 나니, 진짜 알 수 있었던 이야기들
그에게 징징거리지 않아도 된다.
그한테 칭얼거리지 않아도 된다.
징징거려놓고, 칭얼거려놓고, 나약한 내 탓을 하며 순간을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웃고 싶을 때 혼자 웃어도 된다.
눈치 보지 않고 혼자 울어도 된다.
이 감정들이 지나가길 혼자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이것들을 담아가 같이 이야기하면 된다.
이 보고싶은 그리움을 사랑한다는 단어를 챙겨가야겠다.
그리고 가서 말해줘야지. 진짜 나의 마음을
아 이제 일센치 자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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