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 새벽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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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착하고도 바꾸지 않고, 두었던 시계가
어느덧 새벽 다섯 시를 향하고 있었다.
여전히 시차 적응은 힘들었고, 자기에도 이미 늦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잠을 놓친 게 아쉽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일 직장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도, 학교를 가야 하는 학생도 아닌
내일도 이곳 어딘가에서 하루를 아껴 쓰며 다녀야 할 방랑자 비스름하였으니깐,
차라리 아침을 일찍 맞이한 것이 조금 우쭐한 기분이 들려는 참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한국에서 처음 걸려온 전화
" 잘 지내..? "
이 말에 그나마 남아있던 내 잠 전부가 사라졌고,
대답을 망설이고, 고민하다 시간이 흘렀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내 맘에 들 것 같지 않았다.
할 말을 찾지 못해 시계를 보았다.
새벽 다섯 시, 익숙해져버린 시간
" 어디야..? "
그가 또다시 묻는다.
수화기 속, 술에 취한 익숙해져버린 목소리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사라졌다.
미련이라고 우기던 아픔들이 지나갔다.
그렇다. 우습다. 가볍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사람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창문을 보니 아직 집에 가지 않은 달이 환하다.
어쩌면 위에 말 모두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없는데, 슬픔은 존재했다.
안타깝고 애처롭고 그러다 여지없이 또 울컥했다.
혼자 이곳에 온 지 삼일 만에
방음도 안 될 것 같은 이 작은방 안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자존심의 무게는 도대체 얼마큼이기에
보고 싶다는 말도 이리 어렵게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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