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현 Sep 10. 2016

[여행에세이] 졸린데자긴싫고

038. 새벽달

 Copyright ⓒ Janghyehyun.All Rights Reserved.




여기에 도착하고도 바꾸지 않고, 두었던 시계가
어느덧 새벽 다섯 시를 향하고 있었다.
여전히 시차 적응은 힘들었고, 자기에도 이미 늦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잠을 놓친 게 아쉽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일 직장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도, 학교를 가야 하는 학생도 아닌
내일도 이곳 어딘가에서 하루를 아껴 쓰며 다녀야 할 방랑자 비스름하였으니깐,
차라리 아침을 일찍 맞이한 것이 조금 우쭐한 기분이 들려는 참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한국에서 처음 걸려온 전화

" 잘 지내..? "

이 말에 그나마 남아있던 내 잠 전부가 사라졌고,
대답을 망설이고, 고민하다 시간이 흘렀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내 맘에 들 것 같지 않았다.
할 말을 찾지 못해 시계를 보았다.

새벽 다섯 시, 익숙해져버린 시간

" 어디야..? "
그가 또다시 묻는다.
수화기 속,  술에 취한 익숙해져버린 목소리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사라졌다.
미련이라고 우기던 아픔들이 지나갔다.
그렇다. 우습다. 가볍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사람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창문을 보니 아직 집에 가지 않은 달이 환하다.


어쩌면 위에 말 모두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없는데, 슬픔은 존재했다.

안타깝고 애처롭고 그러다 여지없이 또 울컥했다.

혼자 이곳에 온 지 삼일 만에
방음도 안 될 것 같은 이 작은방 안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자존심의 무게는 도대체 얼마큼이기에
  보고 싶다는 말도 이리 어렵게 만드는 걸까?








BLOG_ http://darhyang.blog.me/

MAIL_ darhyang@naver.com


carre de volume

Copyright ⓒ Janghyehyun.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에세이]졸린데 자긴싫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