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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현 Sep 10. 2016

[여행에세이] 졸린데자긴싫고

039. 오글거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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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어이없을 정도로 버리는 걸 잘 못한다.
다 녹은 케이크 초까지 버리지 못하고 갖고 온 적도 있다.

그렇게 이것저것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는 것들,
버리기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다. 

아마도 잊어버릴까 봐..., 
나에게 왔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지 못할까 봐..

아 오글거린다. 
불필요한 것들은 버려야겠다.

버리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일단 전부 쏟기' 
그다음에 버려야 것들을 손에 쥐고, 챙겨 두어야 할 것들을 원래 자리에 차곡차곡히 넣는다.
비록 이 차곡함은 얼마 못 가겠지만, 그 얼마간을 위해 최대한 깔끔하게 줄을 맞춰 놓는다.

이제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버리려 휴지통을 찾는다.
그럼 버리려고 쥐고 있던 것들이 말을 건다.

'너 나랑 이런 추억이 있잖아. 봐봐 나는 조금 더 쓸 수 있지 않겠어?'
( 물건들의 소리가 들릴 때면, 스스로도 정신분열증인가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YES )

이런 젠장, 결국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
버리지 못하고, 다시 책상 위에 늘어놓거나, 서랍 속에 넣어 두거나, 
한쪽에 구겨 놓거나, 그렇게 버리지 못한 물건들은 더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어릴 적부터 버리는 게 어려웠던 나는,
버리지 못한 것들을 손에 계속 쥐고 다녀 
손이며 옷이며 늘 지저분해지기 일 수였다.

안 좋은 것들은 유독 금방 배운다.

사랑도 습관을 닮아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기억들을 늘어놓거나, 가슴속에 넣어 두거나, 때론 화난 듯 구겨 놓거나 하여 
늘 마음을 지저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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