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손열음 pf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도 좋겠다.
즐거움은 늘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오늘은 일요일에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즐겼다. 늦잠을 잤고, 사치스럽게도 어제 본 공연의 리뷰도 지금까지 미뤘다. (내일 써야지) 평일엔 먹지 못했던 따듯한 된장찌개도 먹었다. 바람이 시원할 때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도 했다. 돌아오는 길엔 롯데리아에 들려서 치즈스틱도 먹었다. 오늘 처음 새우버거를 먹어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다들 먹는데 이유가 있구나?) 5시쯤 공부해야겠단 맘으로 커피 하나를 사들고 들어왔다가, 침대의 마수에 걸려들어 해가 질 때까지 누워만 있었다. 그럼에도 윤허되는 날이 아니던가. 오늘 또 기뻤던 일은 아래의 곡을 발견한 것이겠다.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라벨 협주곡 중 2악장이다.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중 2악장 ‘Adagio assai’는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악장이다. 느리고 길게 이어지는 피아노 선율은 마치 외로운 독백처럼 시작되며, 이후 오보에, 클라리넷 등 목관악기의 정교한 대화로 이어진다. 라벨은 미국 재즈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 악장에서는 오히려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선율미와 프랑스 특유의 섬세함이 조화를 이룬다. 절제된 감정과 서정성, 정교한 구조가 돋보인다.
좋은 곡은 어떻게 찾는가? 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다. 애플 뮤직을 사용하면 애플 클래시컬 앱을 사용할 수 있는데 뮤직 에디터가 선정한 플레이리스트를 야금야금 주워듣는 편이다. 오늘 아침엔 갑자기 눈이 번뜩 뜨인 바람에 (대략 새벽 5시쯤) 그 시간에만 들을 수 있는 차분하면서도 또랑- 한 소리가 필요했다. 그러다 이 곡을 딱 만났는데, 오늘의 한곡 반복재생곡으로 지정되었다.
들어보면 딱 느껴진다. 라벨이 줄 수 있는 선명한 파스텔톤의 평화와 손열음 피아니스트가 줄 수 있는 고즈넉하고 투명한 소리가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아침부터 경쾌하게 발걸음 하는 것도 좋지만, 하나씩 재정립하는 기분으로 멍- 하니 있을 시간도 필요하지 않은가? 그 과정에 이 곡이 참 큰 도움이 되겠다. 명상이랄 게 멀리 있지 않다. 잠깐 그 순간에 있는 것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불의 촉감. 고요한 공기. 창문 밖의 소란스러움. 문 밖의 분주함. 그리고 피아노의 두근거림. 목관악기의 화음. 이 자체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상념이 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곁에 있는 사물을 따라가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방법이 별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 않다. 그냥, 가만히- 또 멍하니- 지금 고요할 수 있으면 되었다. 또 한 주가 가고, 조용히 다가오는 내일이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