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사냥인데, 'B-flat'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하이든, 모차르트, 비드만 그리고 브람스를 중심으로

by 유진

청자의 입장에서 매일 저녁에 공연이 있는 삶은 어떨까? (거의 지금 그런 수준이긴 하다) 나의 현재 상황에서는 그 공연이 모두 '클래식'일 확률이 아주 높겠다. 그렇다면 하루마다 예습하고, 매일 그 다음날엔 후기를 적어야 하겠다. (엇) 매일 공연을 본다는 건 무리가 있겠다… 실제로 저번 달에 거의 2~3일 연속으로 공연을 본 적 있는데, 너무 즐겁고 재밌지만 고단하고 체력을 요하는 일임을 몸소 체감했다. 이미 내가 아는 곡들이 아니고 매일이 새롭고 (긴) 곡들의 향연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실내악 공연이다. (유튜브로 생중계도 한단다) 실내악이라 함은 무엇인가? 작은 모임이 소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하거나, 청중 없이 실내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다. 다양한 연주 형태가 있겠지만 내게 가장 친숙한 조합은 현악기 4개의 조합인 현악 4중주다. 보통 4중주라 함은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의 콰르텟은 누구인가? 바로 아레테 콰르텟이다.


출처: 목프로덕션

금호아트홀 인스타그램에서 여러 방면으로 오늘의 공연에 대해서 안내를 많이 해줬다. ‘조성’과 ‘사냥’을 중심으로 된 곡인 것 같다. 작곡가는 무려 네 명이나 된다. 하이든, 모차르트, 비트만, 브람스… 네 곡 다 들어는 봤지만 너무 아무 생각도 없이 정말 듣기만 해서 아마 직접 가서 그 차이를 듣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곡이냐 물으신다면 바로 아래와 같다.


하이든 - 현악 사중주 제1번 B-flat장조, ‘사냥’, Op.1/1, H.3/1

Haydn: String Quartet No. 1 in B-flat major, "The Hunt", Op. 1 No. 1, Hob. III:1
하이든의 현악 4중주 B♭장조는 ‘사냥’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곡의 시작에서 들리는 리듬이 마치 사냥 나팔 소리처럼 들려 붙은 이름이다. 밝고 명쾌한 분위기로, 고전시대 특유의 질서와 균형이 느껴진다. 서로 주고받듯 이어지는 네 악기의 대화는 친근하고 정돈되어 있어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이 곡은 사중주의 시작점처럼 느껴지며, 단순하지만 고전적 아름다움이 살아 있다.


모차르트 - 현악 사중주 제17번 B-flat장조, ‘사냥’, K.458

Mozart: String Quartet No. 17 in B-flat major, "The Hunt", K. 458
모차르트의 ‘사냥’ 사중주는 도입부의 당당한 리듬이 활짝 열린 들판을 질주하는 기분을 준다. 그러나 곡 전체는 단순한 묘사에 머물지 않고, 모차르트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함이 곳곳에 배어 있다. 밝고 쾌활한 선율 아래로 은근한 감정의 결이 느껴져, 단순한 ‘사냥’이라는 주제 이상으로 다채로운 표정을 보여준다. 연주자 간의 조화와 긴장감도 자연스럽게 흐른다.


비트만 - 현악 사중주 제3번, ‘사냥 사중주’

Widmann: String Quartet No. 3, "Jagdquartett" ("Hunt Quartet")
비트만의 ‘사냥 사중주’는 현대 음악의 긴장감과 날카로움을 담고 있다. 기존의 멜로디 중심 음악과는 다르게, 소리의 질감과 리듬의 충돌로 감각을 자극한다. ‘사냥’이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과거처럼 유쾌한 풍경이 아니라 더 격렬하고 본능적인 추격의 느낌이다. 숨 가쁜 호흡, 쫓고 쫓기는 긴장감, 그리고 끝없는 움직임이 곡 전반을 채운다. 낯설지만 매혹적인 현대음악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브람스 - 현악 사중주 제3번 B-flat장조, Op.67

Brahms: String Quartet No. 3 in B-flat major, Op. 67
브람스의 이 곡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같은 조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조용하고 따뜻하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녁 노을 같은 감정을 품고 있다. 겉으로는 단정하고 절제된 구조를 따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깊고 풍부하다. 한 걸음 물러서 있는 듯한 담담함 속에서도, 브람스 특유의 인간적인 따뜻함이 조용히 배어 나온다.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천천히 열게 하는, 사색적인 곡이다.


한국 시간 기준 7시 30분에, 다들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현악 4중주의 공연을 살펴보셔도 좋겠다. 저는 저 안에 앉아있을 예정….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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