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크누아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기다리며
생각해 보면 대놓고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일수록 정작 들을 기회가 드물다. 이를테면 바이올린 협주곡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는 멘델스존도, 실제 공연으로 본 적 없다. 브람스는 세 번은 들은 것 같은데… 쇼스타코비치도 얼마 전에야 서울시향의 연주로 감상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떤 곡을 듣게 되는가? 바로 모두가 아는 그 ‘도입부’를 가진 곡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운명이 이 문을 두드린다.”는 그 유명한 말과 함께 시작하는 곡. 고전에서 낭만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상징 같은 작품이고, 반복되는 네 개의 음으로 출발하는 1악장은 불가항력적 선언처럼 들린다. 마지막 악장에 이르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인간 정신의 서사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이런 곡은 진짜 실연으로 들어야 한다. 사실 그 ‘방방방방!’하는 소리 말고는 뒷부분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이 곡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방금 알았다.
오늘은 예습 없이 들어볼까 했는데, '베토벤 운명'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혹시 내가 아는 그 곡 맞나?" 싶어 그냥 플레이리스트에 뇸뇸— 담아버렸다. 이번 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크누아 오케스트라의 정기 콘서트다. 장소는 한예종 이강숙홀. 처음 가보는 공간이라 괜히 설렌다..
더 흥미로운 건 오늘의 협연곡이다. 쿠세비츠키의 더블베이스 협주곡. 정말 순수한 궁금증인데... 이 악기는 학생들이 어떻게 이걸 전공하게 된 걸까? (진짜 너무 크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같은 악기와는 달리, 대중적인 시선에서 보면 접근성이 낮다. 그런데도 이 엄청난 몸체를 끌어안고 전공까지 이어간 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예전에 첼리스트 양성원 선생님 지휘로 들었던 반할의 더블베이스 협주곡도 떠오른다. 그때 받았던 다정다감하고, 온화하고, 삼촌 같은 느낌이랄까? 음색은 무겁지만, 날아오는 소리의 결은 가볍다. 그 오묘한 매력인가? (;;;) 여전히 설명이 어렵다.
■ PROGRAM
• Felix Mendelssohn (1809–1847)
The Hebrides Overture《Fingal’s Cave》,
Op. 26 헤브리디스 서곡《핑갈의 동굴》, 작품번호 26
Conductor 김영훈(지휘과 예술사 4학년)
• Serge Koussevitzky (1874–1951)
Double Bass Concerto in F-sharp minor, Op. 3
더블베이스 협주곡 올림바단조, 작품번호 3
Ⅰ. Allegro
Ⅱ. Andante
Ⅲ. Allegro
Conductor 강한결 Double Bass 김영빈
- Intermission-
•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Symphony No. 5 in C minor, Op. 67 교향곡 제 5번 다단조《운명》, 작품번호 67
Ⅰ. Allegro con brio
Ⅱ. Andante con moto
Ⅲ. Scherzo: Allegro
Ⅳ. Allegro
Conductor 강한결
오늘의 공연을 기다리는 와중에 친구가 책 한 권 소개해주었다.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제목만 봐도 정말 내 깔 아닌가? 유튜버 하말넘많 영상에서 브런치 작가 서솔씨가 추천해 줬단다. 이북으로 당장 찾았지만 없었다… 종이책으로만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일단 도서관 희망도서로 넣어두고 기다리는 중이다.
큰 목차만 봐도 가슴이 콩콩댄다. 감정으로 읽기, 이미지로 읽기, 수사와 이야기로 읽기!!!!! 내가 여태까지 공연을 예습하고, 감상을 기록해 온 방식과 너무나 닮아 있다.
사실 늘 ‘그림’을 중심으로 음악을 받아들이고, 그 이미지를 말로 풀어낸다. 그러다 보니 언어가 점점 제한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새로 쓸 수 있는 감정이 더는 없지 않을까 겁도 났다.
하지만 그건 공연 시작 1분 전까지 만의 고민이다. 음악은 감상의 영역이다. 소설 한 권이다. 말을 전하는 건 연주자다. 그걸 받아들이고 내 식대로 해석해서 투닥투닥 손끝으로 내려놓는 것뿐이다. 이 글이 내 것이라고 믿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늘 알았다. 이곳은 타인이 탄생시킨 음악 속에서 피어난 상상의 영역이다. 나는 순전히 그것을 받아 적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어떤 소리를 만나게 될까? 예상도 안 된다. 모르는 곡이 더 많으니까. 그래서 좋다. 로비를 지나 무대 앞으로 가는 길, 내 가슴에는 늘 거대한 물음표 하나가 놓인다. 그걸 음악으로 통과시켜 보겠다는 마음, 어쩌면 나만 갖고 있는, 조금은 사적인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줄라이페스티벌] 리듬과 서정, 그리고 민속의 숨결 / 프로코피예프 실내악 2 – 7월 24일
익숙한 형식 안에 숨겨진 낯선 정서. 프로코피예프의 실내악은 고전적 구조 위에 이질적인 감정을 절묘하게 겹쳐놓는다. 이번 무대는 두 곡의 현악 4중주와 바이올린 소나타를 통해, 유려하게 흘러가는 선율 속에서 리듬과 서정, 그리고 민속적 색채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준다. 전통과 실험, 정형과 파격이 나란히 공존하는 그 경계에서, 그의 음악은 언제나 새롭다.
1.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D장조, 작품 94bis – 프로코피예프
연주: 임동민(Violin,'◡'), 김송현(Piano)
원래 플루트를 위해 작곡되었던 이 작품은 프로코피예프가 직접 바이올린 버전으로 편곡해 더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밝고 명료한 선율과 유머러스한 리듬, 그리고 감성적인 3악장이 어우러져 있다. 연주자 임동민의 섬세한 보잉과 김송현의 유려한 피아노가 대화를 주고받듯 펼쳐낸다.
2. 현악 4중주 제1번 B단조, 작품 50 – 프로코피예프
연주: 김유경, 안세훈(Violin), 강윤지(Viola), 김호정(Cello)
193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선율미와 클래식한 구조가 조화롭게 드러난다. 특히 2악장에서는 서정적인 흐름과 긴장감이 교차하며, 작곡가의 고전적 기법에 대한 실험정신이 엿보인다.
3. 현악 4중주 제2번 F장조, 작품 92 “카바르디니안” – 프로코피예프
연주: 김재원, 이우일(Violin), 이수민(Viola), 최경은(Cello)
카프카스 지방의 민속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이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이국적인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활기찬 리듬, 이색적인 선율, 원시적인 생동감이 어우러져 독특한 무드를 자아낸다. 특히 ‘카바르디니안’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지역적 정서가 진하게 배어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