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도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오늘 오후 5시, 더하우스콘서트에서 줄라이 페스티벌 시작을 앞두고 ‘소심음감’이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소심음감은 더하우스콘서트 매니저들이 풀어내는 클래식 이야기와 하콘 실황음악이 함께하는, 소소하고도 깊이 있는 음악 감상실이다! 마침 그 시간에 카페에 있었고, 알람도 켜둔 덕분에 생방송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멋진 분들이 임동민 바이올리니스트의 스트라빈스키 연주를 틀어주신 거다! (꺄!!!)
7월에는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해 다양한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이 연주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사실 하루마다 글을 쓰고, 리뷰를 다는 연습을 한 것도 이 페스티벌을 위한 준비였다. 거의 8개가 넘는 공연을 주마다 대충 1, 2개씩은 보게 될 텐데, 그때마다 듣고 감상을 뱉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다 이런 취미를 들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휘발하면 늘 나만 손해니까!!!!
이번 공연에는 200명이 넘는 연주가들이 한 달 동안 줄라이를 채워줄 예정인데, 생각만 해도 재밌겠다 (!!!!) 어제오늘 흠뻑쇼가 한창인데, 이게 내겐 그야말로 다른 방식의 흠뻑쇼(?)다. (전혀 다른 공연인거 안다) 사실 이 한 달을 위해 내가 그동안 현대 음악을 따라 몸부림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자이, 야나체크, 바르톡…) 잊을 수 없다. (미리 선행 학습을 시키신 건가?)
처음엔 정말 내가 클래식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난해한 음악을 좋아하는 연주가를 좋아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은 다 포용해 버렸다. 현대 음악이 오히려 더 재밌는 지점이 많다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안다. 하이든이나 바흐보다는, 차라리 막 깨지고 날뛰는 음악이 더 좋다. 규율적인 건 이제는 좀 버겁다. 그런 재미를 알아버린 이후로, 이 장르의 더 세밀한 결을 집중해서 듣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유명한 교향곡 중 안 들어본 게 훨씬 많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대, 클래식을 전공하고 있는 연주가들의 ‘픽(pick)’을 집중적으로 듣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협주곡이나 교향곡보다는 소나타나 모음집 쪽에 더 귀가 쏠린다. 그런 방향성 자체도 내게는 꽤 흥미롭다.
오늘 소심음감을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고양이 집사였다는 것! 진짜 어느 시대든 고양이는 귀요미인가 보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검은 고양이 삼 형제를 마주쳤는데, 문득 스트라빈스키의아래 사진이 떠올라서 피식 웃음이 났다. 아마 저 고양이들을 발견했으면 당장 달려갔겠다… 크크
그리고 오늘과 같은 날짜, 바로 다음 달인 7월 29일에는 정말 다채로운 곡들이 찾아올 예정이다. 열심히 모아놓았으니 하나씩 둘러보셔도 좋겠다. (난 임동민 바이올리니스트의 스트라빈스키 연주를 다시 한번 들어볼 생각이다. 음하하!)
[줄라이페스티벌] 익살과 고요 사이 – 스트라빈스키의 가곡들 (7월 29일)
스트라빈스키의 가곡은 그의 발레나 오페라와는 또 다른 결을 지닌다. 말의 억양, 리듬, 짓궂은 감각이 음악의 중심을 이루며, 러시아 민요, 프랑스 시, 셰익스피어의 문장까지 다양한 문학적 기반 위에 놓인다. 그 안엔 유머와 냉소, 동심과 상징주의가 공존하며, 작지만 날카로운 언어와 사운드의 실험들이 이어진다.
2 Mélodies (고도레츠키의 시에 붙인 2개의 노래), K004
Spring: The Cloister (봄: 수도원 뜰) / A Song of the Dew (이슬의 노래)
연주: 김나영(Soprano), 송유미(Piano)
→ 초기 스트라빈스키의 서정성과 간결한 화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 러시아 시인의 문장을 섬세하게 그려낸 짧은 가곡들이다.
Pastorale (목가), K006
연주: 김나영(Soprano), 송유미(Piano)
→ 본래 무반주 성악곡으로 쓰였으나 이후 피아노 반주를 포함한 다양한 편성으로 편곡되었다. 반복되는 짧은 동기와 유려한 선율이 어우러져, 단순하지만 목가적인 정서를 투명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3 Petites chansons (3개의 작은 노래), K017
La petite pie / Le corbeau / Tchitcher-Iatcher
연주: 김나영(Soprano), 송유미(Piano)
→ 아이들의 노래처럼 들리지만, 안에 숨은 리듬의 유희와 언어의 재치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프랑스어 짧은 시구 위에 그려낸 세 마리 새의 이야기는 작고 짓궂은 서정시처럼 들린다.
Berceuses du chat (고양이의 자장가), K022
Sur le poêle / Intérieur / Dodo / Ce qi'il á, le chat
연주: 안태아(Mezzo Soprano), 정태양(Conductor), 앙살브 포드
→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네 개의 가곡. 집 안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소리와 언어를 놀잇감 삼듯 펼쳐 보인다. 원래는 3개의 클라리넷과 목소리를 위한 곡이지만, 본 공연에선 앙상블 편곡으로 연주된다.
3 Histoires pour enfants (3편의 동화), K024
Tilim-bom / Les canards, les cygnes, les oies / Chanson de l’ours
연주: 김나영(Soprano), 송유미(Piano)
→ 아이들을 위한 짧은 이야기 노래. 의성어와 반복이 중심을 이루며 동화적 상상력이 활기차게 펼쳐진다.
4 Chants Russes (4개의 러시아 노래), K031
Canard / Chanson pour compter / Le moineau est assis / Chant dissident
연주: 안태아(Mezzo Soprano), 정태양(Piano)
→ 러시아 민요적 요소와 함께 당시 사회의 뉘앙스를 담은 곡들. 간결한 형식 속에 풍자와 은유가 숨어 있다.
The Owl and the Pussy-Cat (부엉이와 고양이), K107
연주: 안태아(Mezzo Soprano), 정태양(Piano)
→ 엉뚱한 상상력과 유쾌한 진행이 특징인 영국 시 기반의 단편 가곡. 아이들을 위한 듯하면서도 위트를 담은 작품이다.
2 Poèmes de Balmont (발몽 시에 의한 2개의 가곡), K013
Myosotis, d'amour fleurette / Le pigeon
연주: 김나영(Soprano), 정태양(Conductor), 송유미(Piano), 앙살브 포드
→ 상징주의 시인 발몽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작품은 정서적이고 섬세한 스트라빈스키의 이른 시기를 대변한다.
Pribaoutki (프리바우트키), K020
Kornílo / Natáška / Polkóvnik / Stáriets i záiats
연주: 안태아(Mezzo Soprano), 정태양(Conductor), 송유미(Piano), 앙살브 포드
→ 러시아식 말장난과 민속적 요소가 섞인 익살스러운 짧은 가곡들. 캐릭터 중심의 미니어처 드라마로 볼 수 있다.
3 Songs from William Shakespeare (셰익스피어 시에 의한 3개의 가곡), K081
Musick to Heare / Full Fadom Five / When Daises pied
연주: 안태아(Mezzo Soprano), 정태양(Conductor), 앙살브 포드
→ 스트라빈스키는 셰익스피어의 시에서 언어의 리듬과 구조를 섬세하게 읽어내고, 이를 현대적 음악어법으로 풀어냈다.
+) 오늘 본 터줏대감st 까망 고양이들..